건축물에서 쏟아내는 무분별한 확산광은 도심의 야간노을(sky glow)을 형성함으로써 ‘별 볼 일 없는’ 밤을 초래한다. 서울의 경우 도심 건물의 표면휘도(건물 등에서 빛이 반사되는 정도)는 50∼130cd(칸델라)/㎡로 국제조명위원회(CIE)의 기준 25cd/㎡에 비해 2∼5배에 이른다, 광고용 대형전광판의 휘도(밝기)도 국제기준보다 3배나 높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흐려 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실태와 규제 필요성=환경부가 지난해 대도시 지역의 상가, 대형 쇼핑몰, 해수욕장, 자연경관지역을 대상으로 빛 공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건축물 표면휘도는 70%가 국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광판의 경우 87%가 국제 기준치를 훨씬 넘었다. 자연경관 지역인 목포 유달산과 고하도의 경우 국제기준보다 최대 80배를 초과했다. 특히 주거지역의 기준 초과율도 62%에 달해 거주자는 물론 보행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선진국들은 법률이나 조례를 통해 건물과 광고물의 표면휘도 상한값을 설정하고 상향광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건축물 표면휘도 기준(25cd/㎡ 이하)을 위반하면 최대 1억원까지 벌금을 매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법률이 없다. 서울시의 ‘빛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관리 조례’가 있지만 이 마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조례이기 때문에 제재조항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친다. 환경부의 ‘빛 공해 시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도한 인공조명 관리를 위한 법률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매우 필요하다’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각각 357명(11.9%), 1590명(53%)으로 전체 응답자 64.9%가 법 도입에 찬성했다.
◇입법 상황과 쟁점=2009년 의원입법으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빛공해방지법안’을 가다듬었고, 입법 필요성을 적극 홍보중이다. 윤종수 환경정책실장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법안은 오는 15일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순조롭게 진행되면 6월에는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안은 건물의 표면휘도를 일정 한도 이내로 제한하는 ‘빛 방사 허용기준’과 상향조명 금지, 조명방식 제한의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사람과 동·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표면휘도 중에서도 빛을 반사하는 조명 대상물의 밝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법안에 4∼6등급으로 구분될 조명환경관리구역별 구체적 표면휘도는 시행령에서 규정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와 의원입법안에 6개로 구분된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자연(보호구역), 농어촌, 교외 및 도시 등 4개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광광고물에 대해서도 별도의 표면휘도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추진했던 시간대별·건물종류별 조명관리기준 조항은 관계부처 협의에서 삭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이를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회의적이다. 서울시 이명기 도시빛정책팀장 “법안에 점·소등 시간 규제의 근거가 빠진 것은 문제”라며 “사람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의 소등이 가장 중요한 규제항목”이라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시민 65% “조명관리 필요”… 4월 15일 법안심사소위 상정
입력 2011-04-12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