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한글본에서 번역 오류가 또 나왔다. 200곳이 넘는 번역 오류로 국회에서 두 번의 퇴짜를 맞고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한 달 가까이 재검토한 뒤 전면 수정했다며 제출한 세 번째 비준동의안에서다. 당장 다시 철회해 수정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4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11일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가 지난 6일 국회에 제출한 한·EU FTA 비준동의안 한글본에서 영문본의 ‘영주권’이라는 표현이 ‘상시 거주’로 번역되고, ‘하도급 계약’을 뜻하는 단어가 법률용어에 없는 ‘종속 계약’으로 번역됐다. 또 영문 양허표에서는 ‘곡물과 종자, 과실’이 모두 표기돼 있는 것이 한글본에서는 ‘곡물’이 빠져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추가로 발견된 오류는 모두 15곳이다.
통상교섭본부는 “‘곡물’이 빠진 것은 기획재정부 고시의 관세 분류표를 토대로 양허표로 번역하다 생긴 오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우리 국회에 제출된 한·EU FTA 협정문 양허표 영문본이 EU 의회에서 통과한 협정문의 양허표와 36군데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부분 EU 측 협정문 양허표에 표기된 문구 끝부분이 우리 국회 제출용 비준동의안에서는 잘리는 형식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이에 대해 “엑셀 파일을 PDF 파일로 옮기면서 실무 오류로 뒷부분이 잘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단순오류가 대부분이어서 국회와 협의를 통해 수정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국회와 충분히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야당에서는 번역 오류를 비롯한 협정문 오류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12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비준동의안을 그대로 상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외교통상부는 이번 ‘불일치’의 내용과 이유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고, 기존의 비준동의안을 철회한 후 다시 국회에 접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번역오류 고친 한·EU FTA, 또 15곳 틀려
입력 2011-04-12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