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들이 술렁이고 있다. ‘카이스트 비극’이 계속되자 과학고 재학생 등 우수 학생들이 카이스트 진학을 꺼리는 상황으로 번졌다.
오는 9월 있을 카이스트 2차 전형을 준비하는 한성과학고 2학년 김모(17)군은 “카이스트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자꾸 자살 관련 보도가 나와 진로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카이스트에 진학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요즘 뒤숭숭해 공부를 잘 못한다”고 말했다. 11일 점심시간 서울 혜화동 서울과학고 교정 앞에서 만난 2학년 지모(17)군은 “서울대보다 연구 환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이스트 진학을 꿈꿨지만 최근 자살 논란을 보면서 생각을 접었다”며 “징벌적 등록금이라는 카이스트의 위압적 시스템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1학년 손모(16)군 역시 “서남표 총장의 방식은 창의성을 추구하는 이공계 학생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학점경쟁에 내몰리면 벼랑 끝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서울과학고 1학년생 아들을 둔 박모(50)씨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한다는 뉴스 때문에 이공계 학생을 둔 부모들은 불안해한다”며 “내 아이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카이스트에)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과학영재의 카이스트 기피현상은 서 총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수현 김유나 기자 siempre@kmib.co.kr
[위기의 KAIST] “카이스트 진학 꿈꿨는데…” 과학영재들도 술렁
입력 2011-04-11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