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검찰, 무바라크 소환

입력 2011-04-11 18:34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에 대한 이집트 검찰의 소환이 시작됐다. 검찰은 최대 관심사인 무바라크 일가의 은닉 재산을 조사하기 위해 이들에게 우선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10일(현지시간) 무바라크와 두 아들 가말, 알라에 대해 소환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세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량 살해 혐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를 의도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아울러 아흐메드 나지프 전 총리를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하는 등 전 정권 핵심인사들의 비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재산은 수백만∼수백억 달러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월 무바라크 일가 재산이 700억 달러(약 76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현재 무바라크는 홍해 연안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 가택연금된 상태다.

앞서 무바라크는 이날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아를 통해 방송된 음성 연설에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중상모략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내 명성에 먹칠한 자들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자산은 모두 이집트에 있고 계좌도 국내 은행에만 있다”면서 “검찰이 해외 재산 은닉을 수사하겠다면 협조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무바라크의 대중에 대한 연설은 지난 2월 11일 퇴진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그는 지난 8∼9일 수도 카이로에서 가족의 은닉 재산을 수사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9일 연설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바라크의 사법 처리는 현재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에게 도움이 된다.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세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어서다. 최근 이집트에선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군과 시위대 간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도 군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쳤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