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의 '검은 돈'… 5만원권 지폐가 22만1560장

입력 2011-04-12 01:42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처남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아 마늘밭에 은닉한 50대 남자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10일 처남이 불법 도박사이트로 번 돈을 관리한 이모(53)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08년 1월∼2009년 11월 홍콩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큰 처남 이모(48·수배 중)씨가 보낸 사람으로부터 2009년 4월부터 1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10여 차례 넘겨받았다. 이씨는 이 돈을 아파트 다용도실과 침대 밑 등에 숨겨뒀으나 계속 불어나자 지난해 5월 밭을 구입한 뒤 파묻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 밭에 마늘과 상추, 파 등을 심고 거의 매일 나와 부지런히 ‘돈밭’을 관리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주민들로부터 착실하게 일하는 농군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범행이 들통 난 것은 지난 2일. 이씨는 밭에 상추씨앗을 뿌리다가 굴착기 기사 안모(52)씨가 지난 2월 밭에 심은 매화나무를 옮긴 사실이 찜찜해 밭을 파 ‘돈통’을 확인했다. 이씨는 플라스틱통 2개에 넣어둔 7억원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안씨를 찾아가 “조폭들이 이곳에 돈을 묻었는데 다음달 출소한다. 돈을 못 봤느냐”고 따졌다. 이에 놀란 안씨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 일체가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이씨의 마늘밭 주변을 수색, 불법 은닉자금 86억6300만원을 추가로 발견했다. 앞선 8일 3억원, 9일 24억1500만원이 발견된 것을 합치면 범죄 은닉자금은 모두 110억7800만원이다. 이 돈들은 대부분 5만원권 묶음(100장)으로 플라스틱 페인트통과 김치통 24개에 담겨 밭 가장자리에 묻혀 있었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