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린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정동길에서 강강술래가 펼쳐졌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한국의 전통 무용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정동극장 주위는 전통 음악 소리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국 전통 음악극 ‘미소’의 공연 후 행사였다. 영국인 헤일리씨는 “전통 공연이 이렇게 신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정동극장이 공연하는 한국 전통 음악극 ‘미소’에 외국인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은 공연으로는 ‘난타’ ‘점프’ ‘드럼캣’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 공연들은 민간 제작사에서 올린 무대로, 일각에서는 전통의 가치를 담은 국가적인 공연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고전 이야기에 한국의 춤과 음악을 버무린 ‘미소’는 그런 요구에 부합하는 무대다.
‘미소’가 처음 시작된 때는 1997년. ‘난타’의 초연과 같은 시기다. 지금까지 3700회 공연에 누적 관객은 65만여명. 이 중 외국인이 90%다. 그러나 ‘미소’가 처음부터 빛을 본 것은 아니다. 초연 후 11년 동안은 ‘전통문화예술 무대’라는 부제 아래 전통음악과 무용을 연이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흥행력은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2008년 사계절별로 사랑 이야기를 이어붙인 옴니버스식 무용극을 덧붙이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009년 관람객이 6만5613명으로 2008년(4만8877명)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정동극장을 ‘미소’ 전용관으로 운영하고 공연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린 지난해 3월부터는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춘향전을 삽입해 이야기를 강화하는 식으로 내용도 대폭 수정했다. 공연 횟수(총 549회)는 2009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고, 관객은 34% 늘어난 7만9640명에 달했다. ‘미소’가 공연된 14년 이래 최대 기록이었다.
‘미소’의 하이라이트는 공연 후반부에 펼쳐지는 사물놀이다. 배우들이 외국인 관객을 무대로 불러 함께 꽹과리를 치고, 판소리 장단을 가르쳐준다.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얼씨구 절씨구”를 외치면서 리듬을 탄다. 한 중국인 관객은 “신나는 리듬과 배우들의 아름다운 몸놀림이 좋았다. 언어는 다르지만 춘향의 사랑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동남아 외국인 전문인 만상여행사 박영희 부장은 “2000년부터 흥행몰이를 한 난타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하다. 반면 ‘미소’는 최근 들어서 외국인들이 문의 전화를 하는 등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다. 한국적인 공연이어서 관광 패키지에 필수로 끼워 넣는 인기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소’의 해외 초청 공연이 느는 추세는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서 위상을 보여준다. 그동안 연간 4~5회 국제 행사에 초청된 ‘미소’는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 공연, 한국·인도의 밤 등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 8곳의 초청 무대에 올랐다.
‘미소’의 부상에 정치권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미소’ 전용관 전환 1주년을 맞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과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장애인 나눔 공연을 해서 더 많은 사람들도 보게 해야 한다”(나경원 의원) “제주도에도 관광 상품으로 미소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김재윤 의원)는 의견이 쏟아졌다.
김성동 의원은 “한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공연이 필요했는데 ‘미소’의 존재가 반갑다. 짧은 시간 안에 외국인들을 즐겁게 하면서도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 깊다”고 평했다.
한편 ‘미소’는 7월부터 경주에서도 상설 공연된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난타 이어 ‘미소’… 새 공연 한류 외국인 관광객 몰려
입력 2011-04-12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