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자 무임승차’ 안 풀고선 재정위기 못풀어… 건보 피부양자 기준에 연금소득 왜?

입력 2011-04-12 01:43

충남에 사는 최모(60)씨는 군인연금으로 월 350만원을 받는다. 2억5000만원하는 집도 한 채 있고, 2년 된 2200㏄ 자가용도 몬다. 그러나 회사 다니는 아들의 피부양자로 올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지역가입자라면 월 20여만원을 내야한다.

정부는 최씨처럼 은퇴 후 적지 않은 공적연금을 받고 재산도 많은데 건보료를 안 내는 피부양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피부양자는 1962만명으로 총 건보가입자 4891만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부양자를 선정할 때 연금소득을 감안하고 재산 상태도 고려하는 방안을 수년간 검토해 왔지만, 연금의 경우 노후 보장적 성격을 감안해 피부양자 선정 기준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등의 의견에 막혔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11일 “건강보험은 일종의 공적인 계(契)”라며 “연금을 포함해 일정한 소득과 재산이 있는 데도 피부양자로 빠져나가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151만명의 피부양자가 공적연금을 받고 있다. 대다수(85%)가 연 1000만원 미만이지만, 1000만 이상∼3000만원 미만은 18만명(12%)이 넘고 3000만원 이상도 5만500여명(3%)이나 된다.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가입자는 연금소득의 20%가 소득으로 평가돼 건보료를 내고 있다. 2009년 3월 말 현재 연금소득이 있는 지역가입자는 82만명이다.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피부양자가 연금소득이 있는데 건보료를 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등 재산을 가진 고령자도 피부양자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내부에서는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처럼 과세표준액 3억원을 넘는 토지 등 재산을 보유한 고령자도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일정한 소득 없이 부동산만 보유한 고령자 등의 사정을 감안해 이보다 높은 기준이 설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별 합산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6억원 이상으로 정해진다면 3만4000여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이나 실행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발탁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세게 저항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건보 안정화를 위해 구조적 문제를 풀기보다 보험 가입자만 먼저 손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