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요금 왜 비싼가 보니… 거품 낀 단말기 출고가·고액 정액제 탓

입력 2011-04-11 21:12
회사원 권모(54)씨는 지난해 9월 아이폰4를 구입한 뒤 매달 내는 통신료가 부쩍 늘었다. 데이터가 무제한인 5만5000원짜리 정액요금제에 가입했는데 단말기 할부금과 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월 요금이 7만원 정도 나온다.

일반 휴대전화를 쓸 때와 비교하면 통화량은 비슷하지만 요금은 2만∼3만원 늘었다. 권씨는 “무선인터넷 사용을 감안해도 이전과 비교하면 통신비가 30% 이상 늘어 매달 요금을 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스마트폰 출고가나 통신비는 여전히 높아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출고가가 80만∼90만원대로 비싸다 보니 가입자 대부분 선택의 여지없이 정액요금제에 가입하고, 예전보다 통신비가 많이 나와도 ‘그러려니’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 중 스마트폰 전용 정액요금제를 쓰는 사람은 84.3%, 이 중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51.5%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월 납부하는 통신 요금 체계는 ‘(기본료+단말기 대금+부가세)-각종 할인’이다. 5만5000원으로 24개월 약정한 권씨의 경우 5만5000원+3만3910원+5514원-2만5604원=6만8820원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요금이 비싼 이유로 단말기 출고가를 지적한다.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는 단말기 출고가를 기본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국내는 해외시장과 비교해 단말기 출고가가 높다. 삼성전자 갤럭시S는 미국에서 60만원대지만 국내에선 90만원대다. 아이폰4 16G(기가)는 국내에서 80만원대인 반면 홍콩에선 70만원대에 팔린다.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1년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단말기를 제값 주고 사기는 벅차다. 통신사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스마트폰을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약정을 걸고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가 정가를 미리 높게 책정하고 ‘∼% 할인’이라고 생색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측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출고가를 올려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거품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 한석현 간사는 “시중에 나온 스마트폰 출고가를 보면 사양을 떠나 대부분 80만∼90만원대”라며 “출고가가 내려가면 단말기를 구입한 뒤 각자 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 통신요금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요금 체계가 복잡하고 어려워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기기값 공짜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추가요금을 잘 따져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통신사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출고가와 담합 여부 조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