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속화철도 춘천∼속초 구간은 2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업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강원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점검한다.
◇동서고속화철도=서울∼춘천∼속초 173.2㎞ 구간을 고속철도로 잇겠다는 것이 청사진이다. 서울∼춘천 81.4㎞는 경춘선복선전철을 이용하고 춘천∼속초 91.8㎞는 고속전철을 새로 건설하는 방안으로 추진된다. 춘천∼속초 구간 총사업비는 3조6743억원, 사업기간은 착공일로부터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춘천∼속초 철도는 시속 230㎞ 이상의 속도로 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건설될 계획으로 서울 청량리∼속초 이동시간이 1시간30분으로 단축된다.
강원도는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날로 침체되고 있는 설악권 관광지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노선이 양구와 인제를 통과하게 되면 중동부전선 주둔 장병과 면회객에게 빠르고 안전한 교통편의를 제공해 접경지역 경기가 획기적으로 살아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 이후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이 동북아시아 교통망의 주요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가 약속했나=동서고속화철도가 처음 언급된 것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다. 당시 집권 여당인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강원도민을 위한 공약으로 내세워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후 수차례 치러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제시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주요 공약으로 다뤘다. 3선 강원지사를 지낸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특임대사는 물론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도 조기착공을 주요 공약으로 담고 있다.
◇왜 안 되나=동서고속화철도가 차질을 빚는 가장 큰 원인은 충분한 사업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노태우, 김영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1988년 철도청에서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를 진행해 95년 재정경제원이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고시했으나 ‘민자 유치가 어려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라 98년 6월 민자유치대상사업에서 제외되면서 폐기됐다. 이후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다시 등장해 2003년 수립된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라 2009년까지 경춘선을 복선전철화하고, 2010년 이후 춘천∼속초 복선전철을 개설하는 장기과제로 수정됐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원도 주요 공약으로 또다시 세상에 나왔지만 2008년 9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사업에서 제외됐다. 2009년에는 9월 정부의 ‘미래 녹색국토 구현을 위한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보고회’에서도 유야무야됐다가 지난 3일 국토해양부가 확정 고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겨우 포함됐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다고 해서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이 가시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강원도는 설악권 및 접경지 개발과 통일 후 동북아 교통거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문제는 사업성이 낮다는 점이다.
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78로 조사됐다. 이 비율이 1 이하이면 경제성이 낮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원도는 공사비를 줄이거나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정치적 영향력 부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해 정부가 최근 추진한 철도사업의 상당수는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0.5 이하”라며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훨씬 높으면서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것은 인구와 경제 등 주요 지표에서 ‘3%’로 대변되는 강원도의 약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
[공약사업 허와 실-⑥ 동서고속화철도 춘천∼속초 구간] ‘표’만 좇다 24년째 ‘제자리걸음’
입력 2011-04-11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