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사태 해결·교회 갱신 위한 공청회… “십자가 없는 생활 즐기던 교회를 용서하소서”

입력 2011-04-11 18:08


“주님! 우리 모두가 이 위기의 공범들이오니 용서하시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게 하옵소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목회자 150여명이 모여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태 해결과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참회 기도회와 공청회를 가졌다. 한기총 가입 교단이자 대표회장을 여럿 배출한 교단 목회자들인 만큼 비난보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으나 이제라도 탈퇴를 결의하자는 주장도 거셌다.

11일 오후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 본당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설교를 맡은 전 총회장 김형태(연동교회 원로) 목사는 현재의 위기를 넘기 위한 길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시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로 시작되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토대로 “교회는 교인도 교권도 교회 자체도 아닌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 교단은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머지 교단들이 크게 회개하고 개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해체는 안 된다”면서 “보수 및 군소 교단들이 어차피 다른 조직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개혁을 해 나가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형기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역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교회연합 운동 역사를 전하면서 “교회는 인류와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은 합심기도 순서에서 한국 교회의 갱신과 한기총 지도자의 회개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 없는 생활, 십자가 없는 생활을 즐기던 우리를 용서해 주소서” 등 대표기도자들의 죄책 고백에 울음 섞인 “아멘!”과 “주여!” 외침이 이어졌다.

지역과 노회를 대변하는 목회자들은 교단의 한기총 탈퇴를 강하게 주장했다. 경북 경산 마가교회 서일웅 목사는 “작금의 교회 형편은 얼굴을 못 들 지경인데도 우리 교단의 영적 각성은 소극적”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회개의 결단으로 한기총을 탈퇴하자”고 권고했다. 전남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는 “(한국 교회가) 살 길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라면서 교단 탈퇴 및 한기총 해체를 촉구했다.

행사 준비위원회 측은 경북노회와 경안노회가 최근 봄 노회에서 ‘교단의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채택한 일을 전하면서 “나머지 노회들도 같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음과 뜻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