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님비… 노숙인 쉼터 사업 표류

입력 2011-04-11 22:24

혐오시설 유치를 꺼리는 주민들의 ‘님비’(NIMBY)현상으로 사회복지 시설조차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고 있다.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노숙인 자활을 돕는 쉼터 마련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서울 영등포본동 노숙인 쉼터 설치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시는 거리에 방치돼 있는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쉼터를 마련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50억원 이상을 들여 노숙인 구제에 나설 예정이었다. 시는 이에 필요한 제반 허가를 모두 내줬고, 교회측은 건물을 인수해 노숙인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는 영등포구 주민 수십여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앞세워 ‘영등포본동 노숙인 쉼터 설치 반대’를 외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들은 노숙인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왜 하필 우리집 앞이냐”며 교회를 성토했다. 이들은 영등포구 일대 노숙인 시설 5곳이 밀집, 노숙인 천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석했던 김춘수 서울시의회 의원은 “영등포역 인근에 노숙자들이 많아 주변환경이 엉망이 됐고, 여의도 샛강 근처에 200억원을 들여 육교를 만들 예정인데 육교 인근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이용이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알콜중독과 각종 병마에 찌든 노숙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교회의 뜻은 무시됐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의 고유 목적사업인 구제를 위해 사회복지에 적지 않은 비용을 출연하면서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난받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하대리 옛 삼성초등학교 터 1만 6600㎡에 184억원의 예산을 들여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던 경북도교육청의 계획도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당초 2012년부터 유치원에서 직업학교 과정까지 27학급에 모두 178명의 장애학생들을 수용한다는 계획 아래 5월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속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가 공해가 심한 지역이어서 장애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며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도교육청이 마련한 주민설명회까지 무산시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산시가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반발이 워낙 거세 아직 위원회조차 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산지역에는 특수교육 대상학생이 500여명 가까이 있지만 관내에 특수학교가 없어 30∼40㎞ 떨어진 대구나 영천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황일송 기자, 경산=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