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값 5차례 올린 韓赤 수익 늘자 ‘성과급 잔치’

입력 2011-04-11 22:14
대한적십자사(한적)가 병원에 공급하는 혈액수가를 대폭 인상해 벌어들인 수익금 일부를 ‘성과급 잔치’에 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적이 11일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에게 제출한 ‘혈액수가 인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적은 혈액수가가 낮아 효과적인 혈액안전관리가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워 2006년부터 5차례나 혈액수가를 인상했다. 그 결과 2003년 당시 320㎖(전혈 기준) 2만8410원이던 혈액수가는 2006년 3만7240원, 2007년 6만6340원으로 134%나 급등했다. 이후에도 혈액수가는 2009년 7만680원, 2010년 7만1900원, 2011년 7만3680원 등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7년만 해도 경영실적이 39억원 적자였던 한적은 혈액수가 인상 등으로 이듬해인 2008년에는 약 11억원 흑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8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2008∼2010년까지 3년 동안 총 149억1919만원의 이익을 냈다.

수익이 늘어나자 한적은 폐지됐던 상여금을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적십자사는 그간 직원들에게 실적평가급 명목으로 연간 약 35억원의 상여금을 지급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감사를 통해 실제 실적평가는 하지 않고 통상임금의 1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해 왔다고 지적했고, 한적은 2009∼2010년 상여금 지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한적은 올해 실적평가를 통해 95∼105%까지 차등지급하겠다며 기존 제도와 별 차이가 없는 실적평가급제를 부활시켰다.

한적은 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17개 혈액원 노동조합에 도서실운영 및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4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혈액원 중 실제로 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영수증 처리 등 정산과정도 전혀 없어 어디에 집행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손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한적은 “복지부 지적 이후에는 실적평가급 대신 추석상여금이나 하계휴가비 명목으로 상여금을 지원해 왔다”면서 “다시 실적평가급 제도를 도입해도 더 많은 상여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노조지원금에 대해선 “노조에 영수증 제출 등을 강제할 규정이 없어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실적평가급 재도입은 감사원 지적 이후 편법 지원해온 상여금을 수익이 늘어나자 다시 합법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노조지원금도 노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을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