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가린 이후 50년, 우리는 어디 와 있나
입력 2011-04-11 17:37
50년 전 오늘 인류사에 커다란 한 획이 그어졌다. 인류가 고향별을 떠나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에 첫 발을 디딘 것이다. 1961년 4월 12일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옛 소련 공군 대위는 보스토크 1호에 몸을 싣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지상 299㎞ 궤도에서 108분간 우주비행을 마친 뒤 무사 귀환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가가린 이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우주 개발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 사이 ‘자국의 위성을 자국의 발사체에 실어 자국 기지에서’ 우주로 쏘아 보내는 능력을 보유한 나라들을 비공식적으로 일컫는 ‘우주클럽’의 멤버는 8개국과 1개 국가연합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들 간의 경쟁은 과거 미국-소련 간 우주경쟁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주개발이 지닌 엄청난 산업적, 군사적 잠재력 때문이다.
우선 가가린의 나라 러시아는 올해를 ‘우주의 해’로 정하고 소련 붕괴 후 최대규모인 79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우주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러에 이어 세 번째 우주 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당장 내년에 무인 탐사선의 달 착륙을 계획하는 등 가장 야심차게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를 7년 만에 귀환시킨 일본과 상업용 인공위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럽우주국(ESA)도 다양한 우주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두 차례 나로호 발사에 실패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했지만 러시아 로켓을 이용한 우주비행이어서 자부심을 갖기엔 모자란다. 일각에서는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만큼 꼭 우주클럽에 가입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나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우주기술의 독자적 확보 여부는 경제성 외에도 국가의 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우주 진출의 문명적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하루 빨리 우주클럽에 가입해 한국판 가가린이 탄생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