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근] ‘한땀 한땀’ 장인 키우기

입력 2011-04-11 17:38


1960∼70년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선수단은 개선장군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카퍼레이드를 하던 모습을 중장년 세대는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실로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6번이나 종합우승한 최대 강국이다.

하지만 기능 강국의 이름을 떨친 이들과 기능올림픽에 대한 대접과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실제로 기능 인력과 이공계 홀대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10년 전만해도 74만명에 달하던 전문계고 학생 수는 46만명으로 38% 가까이 급감한 데 반해 인문계고 학생은 150만명으로 13% 늘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기능 인력층의 구조적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올 초 마이스터(Meister) 고교와 특성화 고교 지원을 위한 ‘학업·취업 병행 직업교육체제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이 제도의 표본이 된 독일 마이스터 제도의 요체와 정신을 깨달아야 제대로 된 정책이 가능하다고 본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되려면 만 16세부터 산업체 기반의 기술고교와 직업학교를 다녀야 한다. 여기서 2년간 조수 실습과 3년간 도제식 전문과정을 거친 뒤 소정의 시험에 통과하면 전문기능인이 된다. 이후 1년간 이론과 실무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마이스터는 현장 작업자들과 엔지니어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경영 감각까지 갖춘 창조적 기술자가 된다. 독일 국민들도 마이스터란 지위를 높이 평가하고 화이트칼라 직업군에 못지않은 존경과 부를 쌓을 수 있다.

올 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산업계 참여 유도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정부가 직업교육강화추진단을 공동 설립해 산업계 주도 아래 직업교육을 관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삼았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기술 분야 최고 명예인 기술명장이 돼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면 대학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은 근본부터 바뀔 수 있다. 비싼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들여가며 받아도 제대로 써먹기 힘든 대학 졸업장보다 졸업과 동시에 적절한 일자리가 보장되는 마이스터고는 사회의 새로운 역할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고졸 기능인력 채용 수요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마이스터고의 교육과 산업현장의 채용을 더욱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 기능인력 채용기업에 세제혜택도 필요하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신입사원의 일정비율을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자로 채우는 채용목표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능력인증과 자격제도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트레이닝복’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 장인’이라는 한마디면 명품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