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묵 서울대 교수, 입으로 켜고 끌 수 있는 IPTV 개발… “장애인 돕는 기술 연구에 매진할 것”

입력 2011-04-11 19:44

“장애인을 돕는 기술이 과학적으로는 복잡한 게 아니지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개발업체에 이해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올해 서울시복지상 장애인 분야 대상 수상자로 11일 선정된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49)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이란 별명에 대해서도 “영광이죠. 부끄럽습니다”라며 겸연쩍어했다.

이 교수는 2006년 미국에서 지질 연구조사를 하다 차량 전복 사고로 어깨 아래의 감각을 잃었다. 전신마비 지체장애 1급이다. 그의 몸은 휠체어에 고정돼 있지만 연구 활동은 사고를 당하기 전보다 활발해졌다.

그는 음성인식 프로그램과 입김으로 조정하는 마우스를 이용해 다시 강단에 섰고, 입으로 켜고 끌 수 있는 IPTV를 개발했다. 지난해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 기념 강연회에선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교수는 3년 전 한 신문에 칼럼을 쓴 이후 지식경제부로부터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받아 장애인을 돕는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 이 교수는 “시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영씨 얘기를 쓴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장애인을 돕는 기술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지금 서울대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 60명 중에 이공계는 20%가 안 된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이 분야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분야의 최우수상 수상자로는 미국 수화를 보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장진석(49·청각장애 2급)씨와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말벗이 돼 준 문재진(54·지체장애 1급)씨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장애인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에 힘쓴 임현주(52·여·지체장애 1급), 김선우(31·지적장애 2급), 민경현(50·지체장애 2급)씨가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31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때 열린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