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교의 향후 대책과 전망’
입력 2011-04-11 15:34
[미션라이프] 3·11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선교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한국교회는 모금운동과 구호 활동에 나서는 한편 상심한 일본인들에게 치유의 복음을 전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선교 관계자들은 그러나 지진 이전과 이후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일본 구호와 선교 전략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교사들은 무엇보다 보편적 사랑으로 다가갈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일본 지진 구호에 한일 양국간 역사 문제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일본 선교의 향후 대책과 전망’ 세미나를 열고 대지진에 따른 일본 선교 방식을 모색했다.
◇아가페적 사랑으로 다가서라=알타이선교회 유기남 대표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원수 되었을 때에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일본을 사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대표는 실제적인 선교 방법 3가지를 제시했는데 우선, 구호 창구를 하나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다수 일본교단들이 요청한 바이기도 하지만 각 교회나 단체가 산발적으로 구호활동을 하다보면 겹치거나 혼란을 줄 수 있다. 질서를 존중하는 일본인들의 입장을 감안해서라도 창구는 가급적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배될 수 있다.
둘째는 구호활동을 하되 조용하게 시행해야 한다. 유 대표는 “공개적 모금 활동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구호활동의 경우는 최대한 은밀하게 진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본인 정서와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대피소에서도 남에게 양보하고 자신이 눈물을 보이면 다른 피해자에게 ‘메이와쿠(폐)’가 된다고 생각해 감정 표출을 억제한다. 한국인에겐 생소한 일본인의 심리구조를 알고 다가서자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일본 구호활동에 있어서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는 말씀이 가장 필요하다”며 “은은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소망과 힘을 주자”고 제안했다.
셋째는 정신적, 정서적 필요에 대한 관심이다.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누출로 인한 충격과 쇼크로 정신적 투라우마(외상)를 갖게 된 일본인들에게 영적 구원과 천국의 소망은 최선의 처방제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의 선교 과제는 장기적이 돼야 한다. 유 대표는 “현재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문서보급(성경 포함)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열린 공간 제공, 이타적 섬김 등이 무기력에 빠진 일본인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독과 환대가 키워드다=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선교부 류영기 선교사는 정서적 측면에서 태도 전환을 요청했다. 일본인 아픔에 대한 철저한 감정이입으로 다가서자는 것이다.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적대행위에서 환대로 바꾸자고 말했다.
류 선교사는 “지금은 일본 선교의 새로운 기회”라며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은 진정한 마음의 고독을 가지고 있을 때 일본인들의 말과 세계를 경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고독이 없으면 타인과의 관계는 궁색하고 탐욕스럽게 된다”며 “고독은 피상적 만남을 넘어 영적 교류를 요구하는 소리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환대에 대해서는 독일어 ‘손님에 대한 우애’와 화란어 ‘손님의 자유’에 담긴 의미 차이를 설명하고 우애와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환대는 우리 방식을 행복의 표준으로 삼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자신이 하나님을 발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OMF선교회 김승호 대표는 “지금은 패러다임을 전환한 선교전략과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본인 정신과 문화에 기초한 신뢰 선교, 일본인이 좋아하는 문턱을 낮춘 전도 방식, 일본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지진 이후 선교 방식은 결국 의지 결정이 중요하다”며 “일본을 포함한 모든 민족을 사랑하시는 주를 바라보자”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