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89)
입력 2011-04-11 10:22
리더들의 스포츠맨십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대부분 심판원의 감독 없이 플레이 된다. 그래서 골프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의 성실성 여하에 달려있으며 골퍼들은 언제나 절제된 태도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며 스포츠맨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골프 18홀 라운드를 함께 돌아보면, 18일 동안 함께 여행한 것이나, 18년 동안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 했던 것보다 동반자의 진면목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비록 골프장에서는 행복이 성적순이라는 말이 있지만, 성숙한 골퍼들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야 한다.
존경 받는 골프의 전설들이 들려주는 골퍼의 진정한 스포츠맨십 그 요점은 다음과 같다
1.Golf is a game of integrity. 골프는 정직성의 게임. (Raymond Floyd)대부분의 한국 골퍼들은 작건 크건 내기를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참 자주 발생한다. Winter룰을 거의 일년 내내 적용하여 시즌 중 잔디 상태가 좋아도 늘 조금이라도 더 좋은 라이에 옮겨 놓고 플레이 하는 골퍼들을 자주 본다. 의도를 가지고 휘두른 스윙도 볼이 안 맞으면 즉시 연습 스윙으로 간주하고, 실수를 해서 화단으로 들어간 샷도 무조건 무벌타를 선언하기도 한다. 비록 친목을 위한 플레이라도 항상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골퍼의 기본이다.
“불의로 치부하는 자는 자고새가 낳지 아니한 알을 품음 같아서 그의 중년에 그것이 떠나겠고 마침내 어리석은 자가 되리라“(렘 17:11)
2.Be brave if you lose and be meek if you win. 질 때 의연하고 이길 때 온화하라(Harvey Penick)악의가 있지는 않지만, 경기에 지고 있으면 라운드 도중에 늘 징징거리는 골퍼가 있다. 핸디 적용이 잘못 되었다든지, 자기에게 조건이 불리하다든지 심지어는 동반자가 어드레스에 들어 갔을 때에도 궁시렁거리는 골퍼들이 있다. Y사장은 내기 중에 아무리 터지고 있어도 절대로 궁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의연한 그는 초죽음에서 이글 한 방으로 개선 장군이 된 적도 있다.
3.Don't praise your own good shots. 자신의 굿샷을 자랑하지 말라 (Harry Vardon)굿샷의 칭찬은 동반자가 할 몫이다. 그런데 자화자찬을 자주하는 것은 성숙한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자신의 좋은 샷에 고무되면 마음의 평정을 잃어 오히려 손해가 된다. 필드의 신사 P사장은 부친상과 회사 격무로 컨디션이 형편없이 나쁜데, 허리까지 불편해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반에는 서서히 경기력이 회복되었고, 18홀의 티샷은 제일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 그는 세컨 샷을 앞두고 "티샷 한번 제대로 맞았군. 드라이빙 거리가 얼마나 나온 거죠?"라고 마치 동반자들에게 자랑하듯 캐디에게 물었다. P사장의 세컨 샷은 토핑이 되어, 멋진 티샷에 형편없는 세컨샷이 되었다. 내가 "얼마를 날아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핀까지 얼마가 남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봤지?"라고 자랑하는 것은 본인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하자 그는 껄껄 웃으며 동의했다.
4. Never needle, harass, or poke fun at a playing partner who's on the edge of despair. 기 죽은 동반자를 괴롭히거나 놀리거나 자극하지 말라 (Doug Sanders)동반자의 실수에 이러쿵 저러쿵 말을 많이 하는 골퍼들이 있다. 필드 레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야 한다.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이상하더라"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와 같은 화를 돋우는 말은 라운드 중 절대 금해야 한다. 오히려 "괜찮다. 아무에게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이니까" 정도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다.
5.Win graciously. 자비롭게 승리하라 (Arnold Palmer)내기를 무척 즐기는 어느 골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엽전은 세게 밟아야 해, 다시는 못 일어나게"라고 말한다. 물론 진의로 여기지는 않지만, 동반자들 모두가 최대의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는 골프 게임의 정신에 크게 반하는 말이다. 이기고 있을 때 일부러 스코어를 나쁘게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게임의 승리자는 관대하게 처신하는 것이 좋다. 어느 나라는 과거 식민지 국민들이 대를 이어 증오하지만, 어느 나라와는 서로 잘 지내는 이유가 자비롭게 통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히 10:24)
김덕상(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