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학자까지 왜…” 카이스트 패닉

입력 2011-04-11 00:24

학생들에 이어 교수까지 목숨을 끊으면서 카이스트(KAIST)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특히 박 교수는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고, 올해 시무식에서는 ‘올해의 KAIST인상’까지 받은 저명한 학자여서 충격은 더했다.

박 교수의 비보가 전해진 10일 카이스트 주요 보직교수들은 급히 학교로 나와 대책을 숙의했다. 한 교수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이제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잘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의 동요도 커졌다. 학생 수십명은 이날 밤 카이스트 본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초 이날 잇따른 학생 자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던 총학생회는 발표를 미뤘다.

학교 안팎에서는 서남표 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숨진 박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를, 워싱턴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인이다. 미국 MIT 화학공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다 모교로 돌아왔다.

박 교수는 고분자 재료를 이용한 약물전달, 유전자 치료, 조직재생공학 등 융합학문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9년 미국 생체재료학회로부터 생체재료 분야의 최고 영예로 알려진 클램슨상을 수상했다. 박 교수가 지금까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에 제출한 논문은 모두 220편으로, 세계 석학들이 그의 논문을 인용한 횟수는 6000회에 달했다. 박 교수는 그간의 연구 실적과 강의 능력을 검증받아 2009년 학교 측으로부터 종신 재직권을 뜻하는 테뉴어를 보장받았다.

한편 박 교수의 자살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 결과와 연관 있다는 의혹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를 최근 카이스트에 통보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경고, 주의, 지원금 회수 등의 처분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교과부의 종합감사 결과에 연구인건비 등 문제가 포함됐다는 것을 전해 듣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또 15일 열릴 카이스트 임시이사회에서 총장 해임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서 총장 해임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