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계 ‘또 하나의 별’이 지다… ‘용의 눈물’ ‘여인천하’ 사극의 대부 김재형 PD 별세
입력 2011-04-10 21:46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을 연출한 ‘사극의 대부’ 김재형 PD가 10일 오전 7시45분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지난 6일 위 천공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고령인 탓에 회복이 잘 되지 않아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상고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61년 KBS에 입사했다. 그는 64년 TV 사극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별당아씨’ ‘사모곡’ ‘한명회’ ‘왕도’ 등을 만들었다. 특히 96∼98년 방송된 KBS ‘용의 눈물’과 2001년 SBS ‘여인천하’는 고인을 사극의 대가 반열에 올려놨다. 고인은 명분은 있지만 제작비가 많이 들어 방송사들이 제작을 꺼려했던 사극 장르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방송가에는 사극 열풍이 불었다. ‘용의 눈물’의 성공으로 그는 브리태니커 개정판 화제의 인물에도 올랐다.
하지만 ‘용의 눈물’ 직후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설에 휘말리며 오점을 남겼다. 특히 2003년 야심작 SBS ‘왕의 여자’가 실패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왕의 여자’는 ‘허준’ 등을 연출한 후배이자 라이벌인 이병훈(67) PD가 만든 MBC ‘대장금’에 크게 밀렸다.
내리막길을 걷던 고인은 절치부심 끝에 2007년 SBS ‘왕과 나’ 연출을 맡아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췌장염으로 건강이 악화돼 이듬해 1월 중도 하차해야 했다. 김 PD의 248번째 연출작인 ‘왕과 나’는 그의 드라마 은퇴작이 됐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후 지난해 광주에서 막을 올린 연극 ‘김치’의 연출을 맡아 현장에 깜짝 복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공연예술종합학교 학장,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 등을 맡아 후학 양성에 매진해왔다.
고인은 한민족문화예술대상(영상예술), 한국연극영화예술상(TV연출상), KBS연기대상 탤런트가 뽑은 올해의 연출가상, 서울시 문화상(언론부문), 한국TV프로듀서상(공로상), 동국대 금휘장상, 한국방송대상 TV프로듀서상, 위암 장지연상(방송부문),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대상, 한국방송대상 대상, 문화훈장 보관장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2녀가 있다. 큰아들 창만씨는 영화감독, 두만씨는 CF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 오전 9시(02-3010-2265).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