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또 ‘북풍한설’… 경영 타격 커진다
입력 2011-04-10 19:12
北, 금강산 사업 독점권 취소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위)가 지난 8일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시설 동결 및 몰수 조치에 이은 것으로, 현대그룹을 압박해 남한 정부의 경색된 대북정책에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즉각 유감 표명=현대아산 측은 10일 “금강산 관광과 관련, 북측과 맺은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통보로 취소되거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닌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따라서 이번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또한 아태위의 성명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비정상적 상황에서 나온 것인 만큼 관광 재개만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998년 11월 18일 ‘금강호’가 강원도 속초항을 출항하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그동안 남한 관광객이든 외국인 관광객이든 모두 현대아산에서 독점으로 사업권을 맡아왔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에게 피격돼 사망하자 우리 정부는 관광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는 또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 완비 등 3가지 조건이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충족돼야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북측의 이번 조치는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남한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매출 손실만 4000억원=금강산 관광사업 독점 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아산으로서는 회사 경영에 더욱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에 투자한 금액만 토지 및 사업권 확보에 4억8669만7000달러, 시설투자에 2268억79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강산 및 개성관광 중단으로 지난달까지 약 2년 9개월간 입은 관광매출 손실만 4075억6800만원 수준이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임직원들의 급여를 일부 유보 및 삭감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 관광사업 및 건설사업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공적개발원조 용역사업 및 판매·유통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던 금강산 관광 등이 재개되지 않으면 회사 존립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 마련 쉽지 않아=정부는 이번 북측 조치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조치는 남북 사업자 간 합의와 당국 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북한은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 남북 합의로 경제교류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실행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입장표명 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북측의 일방적 조치를 그냥 무시할지 아니면 정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이성규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