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자작극… 도박자금 3억 쓴것 숨기려다 54억 압수당해
입력 2011-04-10 21:39
처남의 도박 수익금 57억원을 맡았다가 3억원 정도를 몰래 쓴 뒤 “도둑맞았다”며 어설픈 속임수를 쓰려던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나머지 54억원은 모두 압수당해 국고에 환수됐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10일 수십억원의 도박 수익금을 숨겨주고 일부를 유용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53·전주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09년 4월과 8월 처남 이모(44·수감중)씨로부터 27억원의 관리를 부탁받아 7개의 플라스틱 통에 담은 뒤 김제시 금구면의 밭에 묻어 두었다고 털어놨다. 이 돈은 처남 이씨 형제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것이다.
경찰은 9일 이씨의 밭을 수색, 3억원과 10억원의 뭉칫돈을 찾아낸 데 이어 이씨가 아들(25)에게 맡겨뒀던 10억원 등 모두 24억1500만원을 찾아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을 수상히 여겨 10일 이씨의 밭을 다시 정밀 수색, 모두 15개의 통을 더 발견했다. 이 통에는 모두 30억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이 돈이 모두 도박 수익금인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씨가 전체 돈 가운데 4억원을 꺼내 2억8500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뒤 잔꾀를 냈다가 모두 들통났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처남의 출소일이 다가오자 이씨는 지난 2월 밭 근처에서 조경수 작업을 했던 중장비 운전기사 안모(52)씨에게 “돈의 행방을 찾아내라”며 다그쳤다. 억울한 안씨는 지난 8일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조사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을 계속 추궁했고, 결국 이씨의 자작극은 하나 하나 드러나게 됐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