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번엔 교수가…대전서 자살, 유서엔 ‘학생 자살’ 언급 없어

입력 2011-04-10 22:08

4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해 위기를 맞은 카이스트(KAIST)에서 이번에는 교수가 숨진 채 발견돼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10일 오후 4시쯤 대전 전민동의 한 아파트에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박모(54)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아내는 “오늘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내려와 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최근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박 교수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 연구인건비 등과 관련해 징계 및 고발 방침을 전해듣고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생체재료학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지난해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는 서남표 총장이 도입한 ‘무한경쟁’의 여파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 총장은 재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연구실적 평가를 강화했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11일과 12일 강의를 중단하는 등 휴업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 토론을 통해 수습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휴일임에도 이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과 학생 커뮤니티 ‘아라’ 등에는 창의성과 자율성이 실종된 학교문화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일각에서는 서 총장 퇴진론도 거론되고 있다. 한상근 카이스트 수학과 교수는 “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사퇴하는 것이 적절했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 시기를 놓친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15일 임시이사회 소집을 결정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