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제2외국어·국사 ‘찬밥’… 2009년 이수의무 폐지 탓
입력 2011-04-10 18:53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와 국사를 배우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발표한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과 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한 2009 개정 교육과정 때문이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의 ‘2010 교육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전국 일반계 고교에서 제2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59만604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71만6983명보다 12만939명(16.8%)이나 감소한 수치다. 과목별로는 독일어Ⅰ,Ⅱ를 배우는 학생 수가 2만9881명에서 2만1841명으로 26.9%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제2외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은 지난해부터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이 실시되면서 제2외국어 이수 의무조항이 폐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교장이 교과별로 20% 범위에서 수업시수를 증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제2외국어 과목을 폐지하고 국·영·수 과목의 편성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고교 1학년생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제2외국어가 기술·가정/제2외국어/한문/교양 과목 등이 포함된 생활교양 선택과목으로 빠져 이를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사 과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교 1학년 과정까지 필수과목이던 한국사가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고교 3년 동안 전혀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고3 학력평가에서 응시생 55만2172명 중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5만6082명으로 10.1%에 머물렀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서는 응시자 55만5314명 중 국사를 선택한 학생이 9만281명으로 전체의 16.3%였다. 특히 지난해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이 전체의 9.3%로 학력평가 응시비율에 비해 크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능에서는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10%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고교 한국사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정한 곳은 서울대뿐이다.
우리역사교육연구회 이두형 교사는 “고등학생들이 민족 정체성과 문화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현실”이라며 “2009 개정 교육과정도 문제지만 서울대를 제외한 주요 대학에서 한국사를 필수 이수 과목으로 정하지 않는 것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