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방사능 사태 산넘어 산… ‘新 일본’ 건설 숙제로
입력 2011-04-10 18:39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규모 9.0의 대지진은 일본 열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어진 최고 37.9m의 쓰나미는 도호쿠(東北) 지방을 삼켰다. 하루 뒤인 12일 오후 6시36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1호기가 폭발했다. 트리플 재난(지진·쓰나미·원전사고)에 일본 안전신화는 무참히 무너졌다.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와(和)’ 정신도 함께 무너졌다. 영화 ‘일본침몰’이 현실로 나타났다.
대지진과 쓰나미는 도호쿠 지방 곳곳을 유령도시로 만들었다. 10일 현재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합쳐 2만7000명을 넘었다. 1995년 고베(神戶) 대지진 당시 사망자 6434명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다. 15만5000명이 피난소 생활을 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최대 2970억 달러(약 32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연재해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곳곳에선 생수와 식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며 ‘와’ 정신은 실종돼 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 트리플 재난은 현재진행형이다.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원전 악재’는 나날이 쌓여만 가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 일본은 조금씩 부흥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복구의 망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지진으로 파괴됐던 유·무선 기간통신망은 90% 이상 복구됐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을 제외하면 고속도로와 국도도 대부분 정상 상태를 회복했다. 일본 정부의 ‘입’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지난 1일 방재복을 벗었다. 이제 부흥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방사능 일본’이다. 방사능 유출의 진원지인 후쿠시마 제1원전은 여전히 최악의 상태에서 고착화돼 있다. 원자로 1∼4호기 격납용기 상당 부분이 파손됐고, 노심용해도 일어났다. 추가 폭발 가능성에다 ‘악마의 재’로 불리는 플루토늄(Pu)까지 검출되고 있다. 냉각 시스템 복원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전 내 오염수는 현재 최대 난제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방사성 물질 저농도 오염수 1만1300여t을 바다로 방류하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했다. 두고두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는 대목이다.
그런 사이 후쿠시마발(發) 방사성 물질은 연일 범위를 넓혀가며 전 세계의 땅과 바다, 하늘을 오염시키고 있다. 일본의 식탁문화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도 방사능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강원도에서 지난달 23일 제논(Xe)이 검출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전국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일본. 그들은 이제 ‘복구’를 넘어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