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폐쇄 1시간전 대타협

입력 2011-04-10 21:40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되지 않았다.

백악관과 민주당, 공화당은 8일 밤 11시(현지시간) 연방정부 폐쇄 시한을 1시간 남겨두고 2011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는 ‘없던 일’이 됐다.

백악관과 의회지도부는 2011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385억 달러 추가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상·하원은 이번 주 중 2011회계연도 본예산안을 통과시키고, 6개월 넘게 끌어온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하원은 협상 타결 직후 정부 폐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운용될 잠정예산안을 표결 통과시켰다. 잠정예산안에는 정부 지출을 20억 달러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은 협상 타결 직전 이틀 동안 세 번이나 백악관에서 만나 협상을 가졌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낙태 문제는 공화당 주장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공화당은 의료서비스기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가 낙태시술을 한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 금지 조항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기관의 주기능이 저소득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피임과 암진단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협상 결과, 민주당은 낙태 문제나 환경규제 철폐 등 진보 진영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각종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예산 지출 규모를 385억 달러 삭감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공화당이 그동안 주장하던 항목들을 막판에 거둬들인 것은 정부가 폐쇄될 경우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 발표를 통해 “대폭적인 예산 삭감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막대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예산 타결을 환영했다. 이어 “연방정부가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정치권의 합의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출 삭감 내용을 담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잠정예산안 표결에서 사상 최대의 삭감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 28명이 당초 제시한 1000억 달러보다 많이 줄었다며 반대표를 던져 향후 당내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