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너무 당파적인 예산안 다툼
입력 2011-04-10 18:24
6개월을 끌어온 미국 백악관과 정치권의 예산안 처리 싸움은 너무나도 당파(黨派)적이었다. 시작부터 그랬다.
2011년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안은 이미 지난해 10월 이전에 처리됐어야 할 안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선거 전략상 예산안 처리를 미뤘다. 민주당은 건강보험개혁법과 금융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 낙태 문제나 온실가스 규제 등 환경 관련 법안을 뒷받침하는 예산 등 진보 쪽의 ‘관심 예산’이 보수 진영으로부터 집중 난타를 받을까봐 일단 처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중간선거 전에 손해를 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화당은 선거 전부터 밑도 끝도 없이 반드시 1000억 달러를 삭감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건강보험법 등 대부분 개혁정책 관련 예산을 아예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예산안 처리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압승한 뒤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기반한 정치적 기(氣)싸움이 돼버렸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개혁정책 관련 예산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고, 공화당은 ‘오바마 정책 예산은 무조건 삭감, 최대의 삭감 규모’라는 원칙을 정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공화당은 어떻게든 오바마 대통령을 끌어들여 상처를 입히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산안 처리 지연 현상을 “정치인들이 정치적 수사로 말싸움만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적인 막판 타결은 정부가 폐쇄됐을 때 양쪽 모두 뒷감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민주당 에반 바이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상원을 떠나는 이유’라는 글을 기고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절박한 국정과제들이 쌓여 있는데도 의회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그 이유를 “완고한 당파주의와 타협을 모르는 경직된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2년 상원의원 동안 “의회가 당파적이지 않았을 때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단 한 번뿐”이었다고 일갈했다. 지금 미국 정치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