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초조해진 일본인들… 대정부 불만도 커졌다

입력 2011-04-10 18:01


日사회 대지진 전과 후

일본 사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지진 직후 질서정연하고 의연했던 일본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초조함으로 바뀌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고 방사능 누출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JNN(Japan News Networ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마음에 안 찬다’고 답했다.

반면 대지진 피해자 구원 및 이재민 지원과 관련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57%가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일부 불가항력적인 측면을 받아들이면서도 원전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수정 불가피=내각부 산하 원자력위원회가 2005년 ‘원자력입국(立國)’을 내세우며 당시 국민의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원전에 대한 무관심’은 70%에 이르렀다(‘원자력입국계획’ 2006).

심지어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그 이듬해 행한 내각부 조사에서 ‘원전 용인’(추가 건설 및 현상 유지) 의견은 80%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4일자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 용인’은 56%로 줄었으며(2009년 79%), ‘탈원전(폐기 및 축소)’은 41%(2009년 17%)로 크게 늘었다. 그간 탈원전을 외쳐온 전문가들의 주장을 무시해 왔던 일반 시민들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예컨대 고나가야 미노루(古長谷稔)의 ‘방사능으로 수도권 소멸’(2006)은 도쿄에서 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하마오카(浜岡)원전이 지진·쓰나미로 사고가 났다고 가정한 저작인데 그 내용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자력위원회도 지난 5일 정례 회의를 열고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원전 추가 건설 등을 담은 ‘원자력정책대강(大綱)’ 책정을 유보키로 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국민적 논의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3의 변혁 계기 될까=대지진 직후 간 나오토 총리는 이번 대지진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환태평양전략경제연대협정(TPP) 가입 필요성과 함께 주장해온 제3의 개국(변혁)과 통하는 대목이다. 제1의 개국을 ‘개항과 메이지유신’, 제2의 개국을 ‘패전과 민주주의 탄생’으로 전제하고 90년대 탈냉전과 더불어 이어진 장기불황 속에서 등장한 ‘제3의 개국’이란 말은 변화·변혁을 갈망하는 일본 사회의 속내다.

제3의 변혁은 2001년 고이즈미(小泉) 총리 등장 이후 강화된 일본의 보수 회귀 및 역사왜곡이나 TPP 가입 등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지진 발생 직후 도쿄에서 만난 스도 노부히코(首藤信彦) 중의원 의원,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 도쿄대학 교수 등은 “이번 대지진이 제3의 변혁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고모리 교수는 “일본 현대사는 앞으로 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재해 복구와 원전 사태 수습은 물론 에너지 정책 수정 등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노정이다. 변혁을 향한 일본인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