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뉴타운의 정치경제학

입력 2011-04-10 18:58


뉴타운 사업은 개별 단지별로 진행되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한데 묶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도시 내에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최근 뉴타운 사업들이 삐걱대며 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구는 77개이며 그 면적은 여의도의 94배가 넘는다. 서울의 경우 2002년 이후 지정된 지구 중 85%는 착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도 비슷하여 지금까지 지정된 23개 지구 가운데 3곳은 이미 지구 지정이 취소됐으며 12곳에서는 지구 지정 취소를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뉴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2002년 은평, 길음, 왕십리 뉴타운이 시범 지정되던 당시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상당한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던 때였다. 막대한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뉴타운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실제로 뉴타운 지정 후 이들 시범 지역의 지가는 몇 배씩 뛰기도 했다. 적절하게 속도조절을 했어야 마땅할 시점에서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건 수도권의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2008년 총선도 다르지 않아 서울시에서 당선된 의원 중 28명은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 ‘타운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맞은 뉴타운 사업은 수익 감소와 비용 증가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익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돼 뉴타운을 추진할 만한 자본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보금자리주택 대량 공급도 뉴타운 사업성을 저하시키는 데 한몫 했다. 수익성 저하로 사업이 지연돼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추가 분담금이 급증, 눈앞의 손실이 분명한 상황이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야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사업성이 저하된 원인의 일부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시범 지역 뉴타운 사업이 괜찮다고 하니 동시다발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뉴타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모든 뉴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저하된 것이다. 뉴타운 사업의 사업성이 저하된 것은 다분히 인재라는 것이다.

뉴타운 개념의 기원인 전원도시론을 주장한 E 하워드는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를 수십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개발하되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지하기 위해 주변은 그린벨트로 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대도시 안쪽에 대도시 전체의 기능, 성장경로 및 거주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대도시 내 뉴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뉴타운 문제가 불거지자 차기 총선을 앞둔 지금 소위 뉴타운법을 개정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용적률 상향 조정, 임대주택 건립비율 하향 조정, 기반시설 설치 비용의 국고부담 증가 등 제안된 내용들은 도시의 균형적 발전, 서민 주거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세금에 의해 일시적으로 땜질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부 의원들의 재선에 영향을 주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뉴타운을 다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조정을 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뉴타운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르네상스’의 개념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 개념은 과거의 것인 그리스 로마 문화를 기초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건물과 하부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부분적으로 독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도시로 재창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