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초대석] 개교 55주년 맞는 한남대 김형태 총장
입력 2011-04-10 17:52
“55년전 린튼 선교사의 열정
한남인 가슴 속 생생
글로벌 대학 발전 초석될 것”
미국 선교사가 세운 A대학교는 최근 교내 술집 설치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B대학교는 등록금 문제로 채플 거부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일부 교수는 종교다원주의를 외치며 기독교를 공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독교 정신 아래 설립된 대학들이 본질에서 벗어나 홍역을 치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후대가 건학이념을 소홀히 했고, 학교를 운영하는 이사회에 비기독교인들이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김형태(65·대전 삼성교회 장로·사진) 한남대 총장은 기독교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55년 전 미국 남장로교회 윌리엄 A 린튼 선교사가 학교를 세운 그 순수한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일 대전 오정동 한남대에서 김 총장을 만났다.
-대학본부 지붕에 청동 기왓장을 얹었습니다.
“개교 초기의 원형,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대학본부는 한남대의 전신인 대전기독학관 초창기 건물 그대로입니다. 당시엔 2층이었는데 지붕은 한옥, 건물 내부는 양옥이었어요. 외형은 한국 문화를 따르지만 내적으론 최첨단 서양교육을 한다는 뜻이었죠. 동서양 문화의 만남이라고 할까요. 1970년대 학교가 커지고 건물을 한 층 올리면서 그만 기왓장을 벗겨냈습니다. 초대 총장의 창학 정신을 따르고 원형을 회복하고자 지난해 10월 새로 단장했습니다. 신앙의 틀만큼은 바꾸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거죠.”
-신학대 총장보다 더 신앙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앙이란 것은 한번 타협하기 시작하고 느슨하게 가면 다시는 그 수준으로 못 끌어올리는 겁니다. 한남대 학생 중 70%가 비기독교인이지만 반드시 채플을 들어야 하고, 교직원은 세례교인이어야 합니다. 이건 협상대상이 아닙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게 변하면 존재 근거가 없어져요. 그러다 줄 끊어진 연처럼 방황하게 돼 있습니다. 시대 가치는 변할 수 있지만 신앙과 설립정신은 절대 바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교사들이 세운 대학 중 일부에선 세속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느리더라도 빠르게 가는 것보다 바르게 가는 게 중요해요. 목적지가 서울인데 부산으로 빠르게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원형,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쪽으로 가면 사람이든 대학이든 성공할 수밖에 없어요.”
-초창기 4개 학과에 불과하던 학교가 종합대학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뭡니까.
“한남대는 56년 성문 영문 화학 수물학과 480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작은 학교였습니다. 소수 정예교육에 치중하던 학교는 70년대 설립목적과 이념이 동일한 숭실대와 통합돼 교명을 숭전대학교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한남대가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86년부터 92년까지 8∼9대 총장을 지내신 고 이원설 박사님 때입니다. 이분은 학계와 정계, 지역인사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종합대학교 승격에 결정적 기여를 하셨습니다. 지금은 7개 대학원, 5개 학부, 49개 학과에 1만5000여명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김 총장은 이원설 박사 밑에서 39세에 최연소 기획처장으로 발탁돼 심부름을 하며 학사행정을 배웠다고 한다. 한남대 출신 최초의 총장인 그는 “31년간 학교에 근속하면서 학교 발전과 인생을 같이한 셈”이라며 “밤에도 학교가 어떤지 궁금해 산책을 나올 정도로 애정이 간다”며 웃었다.
-55주년 기념사업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오는 13일 개교기념 감사예배를 드립니다. 린튼 박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상 제막식을 갖고 타임캡슐을 봉헌합니다. 55인 설교집도 내놨습니다. 특히 55년 역사를 상징하는 가칭 기독교선교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예배당과 기도실, 신학도서관과 성경공부방 등이 들어섭니다. 공사비 40억원 중 20억원은 교비로,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되는데 15억원이 모금됐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기독 학자로서 한국교회에 충고 부탁드립니다.
“교회의 어두운 소식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지는 세상입니다. 그동안 교회가 너무 방심했어요. 개혁의 ‘혁’자는 한자로 ‘피부 혁(革)’자를 씁니다. 피부를 완전히 걷어 낼 정도의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말입니다. 겨울철 양지와 여름철 그늘은 초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오게 돼 있습니다. 학교도 그렇지만 교회도 매력을 창출하고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신앙의 대물림을 똑바로 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품을 때 교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대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