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면 행복한 ‘어른을 위한 동화’… 이수동 ‘봄 나들이’ 전시회

입력 2011-04-10 17:43


이수동(52) 작가의 그림은 일단 쉽다. 벚꽃이 만개한 나무 위에서 여자가 손짓하고 남자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린 ‘화양연화’를 보자. 작가가 “현기증이 날 듯한 이 계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 나들이 합니다”라고 붙인 설명대로 연인의 애틋한 사랑 등 일상적인 소재를 계절감각에 잘 어울리게 묘사했다. 우리들의 평범한 이야기이기에 그의 그림은 편안하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하고 따뜻하다.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고 남자가 담을 넘어오는 ‘고백’에서 보듯 지나쳐 버리면 그만인 짧은 순간을 작가만의 감성적인 시선,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실감나게 표현한다. 화면에 담긴 풍경들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 애잔한 영화를 감상하는 듯 일상 속에 무뎌진 감성을 흔들어 깨운다. 그의 그림이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이유다.

그의 그림은 잘 팔린다. 개인전은 물론이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호주 시드니 및 멜버른 아트페어 등에서 늘 솔드 아웃(전량 판매)을 기록했다. 전시가 오픈되기도 전에 먼저 주문을 하는 컬렉터들이 많다. 별로 불황을 타지 않는다. 미술품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은 상종가다.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그의 그림을 집안에 걸어두면 마음이 푸근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두 개의 창이 있고 빨간 지붕이 있는 가옥에 날개를 단 ‘우리집’은 단란한 가정의 화목 또는 희망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작품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자작나무 아래서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잘 살아보세’는 누구나 갖는 추억이기에 애틋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송승헌)가 그린 그림의 실제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는 처음부터 그림을 동화적으로 그렸던 건 아니다. 극사실주의 화풍이 거센 대구에서 활동한 그의 젊은 시절 작품은 다소 멜랑콜리한 이미지였다. 전업작가로 생활고도 많이 겪었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까지 안겨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분위기를 바꾸면서 화면이 밝아졌다.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품성도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안국동 갤러리 송아당에서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오늘의 이수동 작가가 있기까지 20년 이상 꾸준히 초대전을 마련한 갤러리 송아당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봄 나들이’라는 타이틀로 ‘봄이 오는 소리’ ‘낭만李씨’ ‘나는 꽃이랍니다’ ‘A Gardener’ 등 화사한 그림 40여점을 선보인다. ‘꿈에’ ‘기도’ ‘구름날개’ ‘편지’ ‘구름타고 두둥실’ ‘나들이’ ‘어서 오세요’ ‘천천히 오세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등 9가지의 주제를 컵 그림에 담은 소품도 출품된다.

지난해 연말 10여년 만에 가진 드로잉 전시와 함께 그림에세이 ‘토닥토닥 그림편지’를 출간한 작가의 감수성 빛나는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봄의 선율과 향기로운 차가 떠올려지는 그림 속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02-725-671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