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男, 경멸 女, 강렬한 눈빛… 토스카 4월 21∼24일 무대에

입력 2011-04-10 17:22


19세기 로마. 유명 성악가 토스카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애인 카바라도시를 구하기 위해 악날한 경찰 스카르피아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다. 스카르피아의 제안은 카바라도시를 풀어주는 대신 자신에게 몸을 달라는 것. 토스카는 증오하는 스카르피아의 여자가 돼야 하는 현실 앞에서 절망에 빠진다.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사랑을 위해 사랑을 버려야 하는 여자의 고뇌를 표현한 곡이다.

지난 6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에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이는 소프라노 김은경의 목소리였다. 김은경, 한윤석(카바라도시) 최진학(스카르피아) 등 성악가 20여명은 오는 21일부터 4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토스카’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빠져있었다.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 ‘토스카’는 북미에서 8번째로 많이 상연된 오페라로 꼽힐 정도로 외국에서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국내에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스카’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세 남녀의 비극을 다룬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손에 의해 죽고, 토스카의 애인 카바라도시는 끝내 사형을 당한다. 토스카는 경찰에 좇기다 절벽에 떨어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때문인지 이날 연습현장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은경(토스카)을 유혹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녀를 안으려고 하는 최진학은 19세기 로마의 탐욕스런 경찰 스카르피아가 살아돌아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거부하는 김은경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시오페라단 관계자는 “토스카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인인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김은경 소프라노는 실제 토스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고혹적인 비주얼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연습현장 구석에는 토스카의 배경을 그린 도안들이 쌓여있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토스카’의 정통적인 미를 최대한 살릴 예정이다. 정갑균 연출은 “로마의 어두운 시대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해 전체적인 배경을 칙칙하게 설정했다. 기둥은 과장되게 휜 형태로 표현했으며, 벽과 천장에 화려한 문양을 넣는 등 표현주의적인 기법을 무대에 접목해, 세련되면서 고전적인 스타일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 연습이 끝나자 노래 연습이 이어졌다. 카바라도시가 사형을 앞두고 토스카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면서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 낭만적이고 극적인 아리아들이 서울대 교정에 울려퍼졌다(02-399-1783).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