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페라다! 대중 곁으로… TV 오락·예능프로 소재로 등장

입력 2011-04-10 19:12


‘그들만의 문화’로 인식돼온 오페라가 대중에게 성큼 다가서고 있다. TV 심야 교양 프로그램에서나 다루던 오페라가 인기 오락·예능 프로그램의 주소재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오페라 공연의 표 값이 고가 위주였다면, 요즘은 다양한 할인 정책으로 표 가격이 다원화됐다. 오페라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관객층이 중년층 위주에서 젊은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tvN ‘오페라스타’(토 오후 11시)는 6주 동안 8명의 가수 중에 최고의 오페라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테이 신해철 김창렬 임정희 등 국내 최고 실력파 가수들이 매주 유명 오페라 곡에 도전한다. 지난 2일 1회 때 가수들이 선보인 ‘남몰래 흘리는 눈물’ ‘울게 하소서’ 등의 아리아는 방송 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화제를 일으켰다. 임정희가 오페라 ‘카르멘’ 수록곡 ‘하바네라’를 부른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토요 예능 프로그램 SBS ‘스타킹’에서도 오페라는 주요 소재다. 지난해 ‘스타킹’에 출연한 고등학생 김호중 군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수록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해 화제를 모았다. ‘스타킹’의 한 코너인 ‘기적의 목청킹’에서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오페라스타’를 기획한 이덕재 tvN 채널국장은 “과거만 해도 오페라는 생소하고 지겹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방송 전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오페라는 판소리, 트로트, 뮤지컬보다 높은 선호도(약 44%)를 보였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불과 1∼2년 사이에 작품 횟수가 크게 늘고 장르가 다양해지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오페라단이 한 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 2006∼2009년에는 70∼90여개였지만, 2010년에는 186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대중에게 찾아가는 ‘나눔예술공연’은 2009년 1회당 1000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지만 2010년 서울광장 공연 당시 7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매회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오페라 공연 기획자들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 관객층의 저변을 넓힌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작품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카르멘’ 같은 유명 오페라뿐만 아니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같은 낯선 작품들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고가 위주였던 표값이 여러 할인 정책으로 인해 다변화된 점도 오페라 대중화의 주요 원인이다. 카드사 할인 외에 관객의 연령과 시간대에 따른 할인이 등장하면서 1만원짜리 티켓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지난 7∼10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시몬 보카네그라’의 표값은 15만원(VIP석), 1만5000원(대학생석), 1만원(C석) 등 총 8가지로 다양하다. 또한 오페라 공연이 ‘쿠팡’ ‘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정가의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올 초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와 ‘파우스트’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팔리면서 총 4회(회당 2400여석) 동안 90% 넘는 관객 점유율을 보였다.

임정은 서울시오페라단 홍보 담당자는 “세종문화회관은 3층석의 경우 정가가 2∼3만원이고, 조기 예매 시 추가 할인이 된다. 전체 좌석(3000여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C석을 최고 1만원에 볼 수 있는 셈”이라면서 “가격이 싸지면서 학생과 20대 등 젊은 관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씨는 “대중매체에서 오페라를 소개하고, 오페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대중들이 오페라의 매력을 알게 됐다. 오페라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다양한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