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 식품 많이 먹으면 되레 탈난다… 방사능 공포로 본 갑상선 질환

입력 2011-04-10 17:28


일본 후쿠오카 원전사고 후 인공 방사성 물질 요오드가 국내에서도 계속 검출되면서 갑상선 질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대기 중 요오드를 흡입할 경우 일차적으로 갑상선에 모여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방사능 오염 우려를 계기로 갑상선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갑상선 질환과 요오드=갑상선은 목울대를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나비 모양의 장기로, 신진대사에 꼭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이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면 갑상선기능 항진증, 반대로 적게 생산되면 갑상선기능 저하증을 일으킨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다.

일반적으로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가 든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게 원칙이다.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이종석 원장은 “요오드 함유 식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갑상선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을 촉진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약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 또는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흘러들어 요오드를 따로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요오드가 든 식품 섭취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예방 또는 치료에 필요한 요오드 양이 성인은 하루 130㎎, 청소년은 65㎎, 3세 이하 유아는 32㎎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 기준으로 하루 다시마 100g(요오드 136.5㎎)이나 미역 1200g(139.2㎎), 또는 김 3500g(133㎎)을 섭취해야 가능한 양이다. 일반인이 이 정도를 하루에 먹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이 요오드 함유 식품이 방사능 오염에 의한 갑상선 질환, 특히 갑상선암 예방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우리나라의 경우 80∼90%가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생긴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을 자극하는 물질(항체)이 갑상선에 달라붙은 후 갑상선을 줄기차게 자극해 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병이다. 특히 20∼50세 사이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에 걸리면 체력 소모가 심해져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 잘 먹는데도 계속해서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더위를 쉽게 타고, 땀을 많이 흘리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벼운 운동에도 과거에 비해 숨이 찬 증상도 나타난다. 갑상선은 눈에 띌 정도로 커진다. 눈이 커지고 앞으로 돌출되며(안구돌출증), 눈꺼풀이 붓고 결막에 충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는 항갑상선제를 복용, 과도한 갑상선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방사성 요오드를 투약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커진 갑상선 조직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파괴해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는 단 1회 투약만으로 10명 중 7명이 나을 정도로 좋다.

문제는 거의 모든 환자가 부작용으로 갑상선기능 저하증을 겪는다는 사실. 방사성 요오드 투약으로 인해 갑상선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조보연 교수는 “그러나 적당량의 갑상선호르몬제(하루 1알 또는 1.5알)를 보충하면 대부분 해결된다”며 “일부러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를 피하거나 더 많이 먹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갑상선기능 저하증=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갑상선의 일부 또는 전부가 파괴됐을 때, 만성 갑상선염(하시모토병)을 갖고 있을 때 흔히 발생한다.

만성 갑상선염은 말 그대로 갑상선에 원인불명의 염증이 생겨 유지되는 경우다. 염증에 의해 정상 갑상선 조직이 계속 손상되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분비량이 줄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얼굴이 붓고 쉽게 피로를 느껴 늘 나른하며 의욕이 없고 기억력도 감퇴된다. 또 피부 색깔은 누렇게 변하고 한 여름에도 추위를 잘 타는 증상을 겪게 된다. 목소리가 쉬며 말이 느려지고 손발이 저려 쥐(근육경련)도 잘 나게 된다.

이들 증상은 갑상선 호르몬을 필요한 만큼 못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므로, 갑상선호르몬을 부족한 만큼 보충해주면 사라진다. 조 교수는 “우리 몸에서 부족한 양 만큼 만 보충해 주는 것이어서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