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노조 가처분 신청에 당국 곤혹
입력 2011-04-08 19:07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건을 둘러싸고 최근 은행권 노동조합의 움직임에 금융당국은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노조의 잇따른 가처분 신청으로 업무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잦은 집회와 정치권까지 합세한 여론몰이에 난감해하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압박 카드는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지금까지 모두 3건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15일 최대 주주인 론스타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달라는 내용으로, 같은 달 30일에는 전국금융산업노조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고 각각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5일에도 외환은행 노조는 앞서 지난달 말 열렸던 주주총회의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밖에 금융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로펌 ‘김&장’까지 고발했다.
금융위로서는 노조가 연일 열고 있는 집회·시위도 몹시 껄끄러워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4개월간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74차례나 열었고 이 중 1000여명 이상이 모인 것은 10여 차례나 된다.
여기에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까지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나서자 금융당국은 더욱 당황해하는 눈치다. 이처럼 전방위에서 압박이 심해지자 당초 3월 말쯤이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언제 성사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김 위원장이 최근 4월 말은 될 것 같다는 전망을 했을 뿐이다.
외환은행 인수 승인 결정이 이처럼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추후 공무원들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안팎에선 수년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번졌던 ‘변양호 신드롬’이 재현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법률 검토의견이 다양한데다 노조의 여론몰이 움직임 등에 부담감을 갖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누군가 나서서 정책적 판단을 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