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 장기화… 물가 2분기엔 더 ‘먹구름’

입력 2011-04-08 19:05


2분기엔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됐던 물가상승세가 오히려 고공행진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가 지난달 28개월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한데다 국제유가가 중동 불안 및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밀가루 할당관세를 0%까지 내리고,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는 등 물가와의 전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매물가 2년4개월 만에 최고=한국은행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7.3%가 올라 2008년 11월의 7.8% 이후 가장 높았다고 8일 밝혔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1.2%로 지난해 7월부터 9개월째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통상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원인은 역시 국제유가 등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제공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제품 및 화학제품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졌다. 공산품은 전년 같은 달보다는 9.1%, 전월대비 1.8% 올랐다. 각각 2008년 11월과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40.3%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국제유가발 물가상승률이 공산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및 관광버스 요금은 지난해 3월보다 26.6%나 뛰었고 호텔숙박료도 7.1% 급등했다. 물가추세를 보여주는 분기별 지표의 경우 1분기 숙박료 증가율은 2002년 4분기(5.5%) 이후 9년 만에 최고인 4.5%를 기록했다. 인플레 기대심리에 따른 가격인상이 진행 중인 셈이다. 이 경우 단순히 공급 측 요인이 안정되더라도 물가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물가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과천청사에서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2.5%인 밀가루의 할당관세를 무관세 적용키로 했다. 밀가루는 제과·제빵·라면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원가 부담을 일으키는 수입 원자재의 할당관세 인하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국제유가 추이 등을 감안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장기화될 듯=국제유가 상승세는 이달 들어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다국적군의 리비아 사태 개입 이후 유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7일(현지시간) 국제 3대 유가는 모두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47달러(1.4%) 상승한 배럴당 110.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과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각각 배럴당 122달러와 115달러를 넘어섰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중국 등 신흥개발국에서 소비가 크게 늘어났지만 공급은 투자부진과 생산능력 소진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원유시장이 ‘부족 심화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동사태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은 국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유의 부족 심화 추세가 가속화할 경우 2008년의 유가 급등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말로 갈수록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고세욱 김찬희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