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AIST] 서남표식 개혁은, 테뉴어 심사강화 등 파격…
입력 2011-04-08 19:07
서남표(사진) 카이스트 총장은 2006년 7월 총장으로 부임한 뒤 ‘징벌적 수업료’ 부과제도 외에도 100% 영어 강의 등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서 총장은 대학 개혁의 첫 신호탄으로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Tenure)’ 심사를 강화했다. 이 정책으로 취임 이후 4년간 정년 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중 24%가 탈락했다. 카이스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지내면서 교수진 40%를 교체했던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한국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07년부터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성적부진 학생 등록금 징수제도를 실시했다. 또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하도록 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만으로 일반계 고교생을 다수 선발했다.
서 총장은 2009년 3월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150명을 학교장 추천·무시험 전형으로 뽑는다고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가 반영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세계대학 평가에서 카이스트는 2006년 세계 198위에서 2009년 69위로 128계단 상승했다. 일련의 개혁 조치는 ‘서남표식 개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 총장은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학생과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의 비판은 거셌다. 실제 지난해 4월 학부생 1255명을 대상으로 한 총장 평가에선 전체의 53.4%가 연임을 반대했다. 반대 의견 학부생의 65.7%가 ‘소통 부족’을 들었다.
특히 교수협의회는 당시 “성과주의에 매몰돼 질적인 발전을 도외시한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팽창과 독단적이고 외부 과시적인 형태로 추진되는 개혁은 장기적으로 카이스트가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신당은 8일 최근 잇따라 발생한 카이스트 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 서남표 총장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대전=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