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AIST] ‘징벌적 수업료’ 조정 대책… “인재 4명 잃고 나서야…”

입력 2011-04-08 21:19


카이스트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징벌적 수업료’를 대폭 조정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서남표 총장이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해 차등 부과해 오던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요구사항에 대해 인재 4명을 잃고 나서야 겨우 일부만 완화하는 ‘만시지탄’이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한때 ‘서남표식 개혁’은 국내 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게 사실이다. 이전까지 카이스트 학생들은 수업료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지만 장학금이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도된 것이 ‘징벌적 수업료’ 부과 제도다. 무상교육 혜택 아래 저조한 성적의 과목을 거듭 재수강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모습이 잇따르자 이를 쇄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서 총장이 부임한 이후 2007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카이스트 학사규정은 ‘학사과정 학생에 대해 4년(8학기)간 수업료를 면제한다. 다만 학업 성적이 일정 기준에 미달한 학생에 대해서는 일부 또는 전액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4.3점 만점 기준으로 평점 3.0 이상이면 수업료가 면제되지만 2.0∼3.0 미만이면 0.01점당 약 6만원을 본인이 내야 한다. 평점 2.0 미만이면 한 학기에 수업료 600만원과 기성회비 150만원을 전부 내야 한다.

하지만 수업료와 연계된 제도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전체 학생의 30% 이상은 평점 3.0 미만을 받게 되기 때문에 해마다 재적인원(학부 기준 4800명)의 3분의 1인 1600명 정도가 등록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 조모군이 자살한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카이스트의 ‘징벌적 수업료’ 부과 제도가 학생들을 무한경쟁 상황으로 내몰아 성적이 나쁘면 패배자라는 정신적 자괴감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제기됐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관계자는 “징벌적 수업료, 100% 영어 수업 등으로 삭막한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 개인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그동안 학생들의 불만을 무시한 게 큰 비극을 불러온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대학 2학년 곽모(20·여)씨는 “징벌적 수업료 부과 제도가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로 효과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우며 납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결국 한발 물러났다. 그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내는 ‘징벌적 수업료’ 부과 제도를 대폭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