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AIST] 다른 대학도 비상… 상담사 늘리고 정신건강 전수조사 하고
입력 2011-04-08 21:35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마다 우울증에 빠진 학생을 위해 상담사를 늘리고 정신건강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8일 지적했다.
경희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정서상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학생은 개인 상담을 권유하고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경희의료원에 의뢰해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최근 학생상담센터 예산을 늘려 상담사를 5명에서 7명으로 증원했다. 성균관대는 2009년 학생 두 명이 자살한 뒤 자살예방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이 요구하면 센터를 통해 병원 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이화여대는 올해부터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 20회 이상 위기상담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서울대, 연세대도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이나 24시간 응급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울증이나 대인관계 등의 문제를 겪는 학생을 위한 대학들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대에서는 지난해 학생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대학생활문화원에 접수된 개인 상담도 5744건으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 지난해 24시간 응급상담전화 통화 시간과 이용 건수 역시 전년 대비 각각 50%, 18% 늘었다. 하지만 서울대는 예산 문제로 올해는 상담 인력을 늘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고려대도 지난 2월 조울증 등으로 자살하는 학생을 막기 위한 사전예방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예산 문제로 시행하지 못했다. 고려대 원남희 전 학생상담센터 소장은 8일 “신입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뒤 문제 소지가 있는 학생을 미리 발견해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돈이 내려오지 않아 시작도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교내 학생상담센터를 찾은 학생은 2009년 5517명에서 지난해 7207명으로 1690명 늘었지만 전임 상담원은 5명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궁여지책으로 1주일에 하루씩 근무하는 객원 상담원을 8명 채용했다.
성균관대 학생상담센터 조현주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의 상담 패턴이 학업이나 진로 문제에서 대인관계 부적응으로 바뀌었다”며 “학생 자살을 단순히 등록금이나 성적 문제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익대 상담센터 김유찬 교수는 “대학 상담센터 프로그램이 취업, 진로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신적으로 위기를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