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도 “정권 무능”… 대통령과 거리두기
입력 2011-04-08 19:05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입에서 ‘현 정권이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기 부정의 정치가 시작된 셈이다.
서울의 친이 직계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주변에서 정권을 비판하면 여러 이유를 들어 설득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 정권은 실무능력이나 예측능력 모두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영남 지역 한 의원도 “노무현 정부 당시 국토균형발전론이 갈수록 옳았다는 생각만 굳어진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참모들이나 여당 지도부 모두 대통령의 기에 눌려 직언을 못하고 그저 집행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혀를 찼다.
정권창출의 주역으로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던 친이 직계 의원들마저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이유는 결국 ‘표’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능력 때문이었는데 최근 경제난과 국책사업 표류 등으로 ‘능력도 없었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민심을 보고 각자 살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정부를 옹호해 왔던 친이계 의원들이 정부 질타에 앞장서고 있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지난 4일 신성범 의원은 “정부는 어떤 국가적 현안에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의원은 “최근에는 여당의원 질의에 야당의원이 박수를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은 출구전략으로 ‘당 정풍·쇄신 운동’에 포커스를 맞추는 분위기다. 친이 직계 출신 정두언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한나라당에 대해 20대는 재수 없다고 하고, 30대는 죽이고 싶다고 하고, 40대는 관심 없다고 한다. 이러고도 우리가 집권하면 기적”이라며 쇄신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역설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안상수 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만든 정부,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해성 발언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