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美, 리비아에 지상군 투입 시사

입력 2011-04-08 21:24

미국이 리비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카터 햄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은 7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청문회에 참석해 “미국의 지상군 파견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햄 사령관은 “리비아 반정부 세력을 돕기 위해 다국적군의 지상군 투입이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지역의 정서를 고려할 때 지상군 투입이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없다”고 못 박았음에도 지상군 파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조짐 때문이다. 햄 사령관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에 지휘권을 넘긴 뒤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 간 전투의 교착상태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카다피를 몰아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나토가 이끄는 다국적군의 공습을 반정부 세력이 비난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다국적군이 지난 5일 석유 요충지인 브레가를 폭격할 때 최소 5명 이상의 반정부 세력 전투요원이 숨졌다. 현장에선 “우리는 더 이상 나토를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나토는 “반정부 세력이 탱크를 사용하는지 몰랐다. 카다피군인 줄 알았다”고 오폭을 인정하면서도 사과를 거부했다.

카다피군의 폭격이 계속되는 미스라타는 구호물자 공급이 제대로 안돼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지난 5일 벵가지에 도착해 조사한 결과 동부는 구호물자 지원이 원활하나 서부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마크 워드 USAID 해외재난지원국장은 “미스라타는 진입 불가 상태며 물, 음식, 의약품 등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미 abc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은 미국 내 카다피 정권의 동결자산 340억 달러 중 일부를 리비아 내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재무부 데이비드 오언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카다피에게 동결자산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다피는 2006~2007년 미국 대형 컨설팅 업체인 모니터 그룹에 연 300만 달러를 주고 자신의 홍보를 의뢰했다고 미 CNN이 보도했다. 카다피는 자신이 훌륭한 정치가이자 개혁가로 비쳐지길 원했다. 모니터 그룹과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로비스트 업체인 리빙스턴 그룹을 월 20만 달러에 고용, 2009년까지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