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틈나는 대로 터치 터치… 스마트폰 세상 투잡족 물만났다

입력 2011-04-08 19:35


상사 몰래 손쉽게 딴짓… 기업들 ‘골머리’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상용화되면서 근무시간 ‘투잡(two job)족’이 늘고 있다.

회사 전산망이 차단돼 외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인터넷쇼핑몰 운영, 주식투자 등 ‘딴짓’을 엄두도 못 냈던 샐러리맨들이 스마트 기기를 동원해 직장에서 몰래 부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얌체 투잡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연구원 이모(28·여)씨는 지난달 사무실 컴퓨터로 쇼핑몰 업무를 처리하다 상사에게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이씨는 8일 “딱 한 번 책상 컴퓨터로 고객의 배송문의에 댓글을 달았다가 상사에게 들켰다”면서 “징계를 받았지만 취업 전부터 해오던 부업이라 그만둘 수도 없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욱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취업 커뮤니티에도 ‘근무시간에 쇼핑몰 운영하는 법’ ‘상사의 눈을 피해 쇼핑몰 운영하는 법’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투잡족은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노하우를 서로 주고받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인터넷 팬시용품점을 운영하는 김모(32·여)씨는 커뮤니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구입해 틈날 때마다 접속해 운영하고 있다”며 “사무실 안에서 상사 눈치 보던 때에 비해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의 글에 한 네티즌은 “태블릿PC를 가지고 화장실에 가서 하면 된다”는 댓글을 달았고, 다른 네티즌은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때문에 회사마다 주식사이트 등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방화벽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송모(30)씨는 “주위에 태블릿PC를 가지고 다니며 주식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잡족이 많다”며 “점심·저녁 시간뿐 아니라 근무시간에 붙잡고 앉아 있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대기업 부장은 “쇼핑몰이나 주식사이트, 메신저 등을 자체 전산망으로 막아놨는데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뚫린 셈”이라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걸 일일이 쫓아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회사 동료가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는 최모(32·여)씨는 “쇼핑몰을 운영한다며 가끔 근무에 소홀한 동료의 모습을 볼 때면 짜증이 난다”며 “그렇게 딴짓을 하다 보면 일의 능률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