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메시지보다 화려한 액션으로 승부한다 ‘마셰티’
입력 2011-04-08 18:54
대니 트레조와 제시카 알바가 주연이라니 ‘미녀와 야수’쯤 되는 건가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1970∼80년대식 슈퍼 히어로와 그의 미녀 여자친구라고 해도 어울릴 커플이 아닌가. ‘마셰티’는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마초의 모험담에 피와 여자와 도시가 어우러진 킬링타임 무비다. 그 이상의 진지함은 싫은 관객에게 ‘딱’일 영화다.
‘마셰티’의 모티브는 쿠엔틴 타란티노·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함께 제작한 ‘그라인드하우스’ 중 ‘플래닛 테러’와 ‘데스 프루프’ 사이에 삽입된 네 편의 가짜 예고편 중 하나다. 전직 연방수사관 마셰티가 상원의원 살인을 청부받고 실행에 옮기지만 함정에 빠진 뒤 복수한다는 내용. 다소 밋밋한 스토리는 미국의 이민정책과 국경 강화라는 민감한 소재를 덧입고 범죄조직이 가세해 무게를 더한 다음 육감적인 몸매의 여배우들을 만나 화려한 외피를 썼다.
그래도 악당과 영웅이 뚜렷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국경을 통제해 마약밀수의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과 영웅 하나가 대결하는 구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정교한 스토리가 아니라 트레조의 거친 액션과 선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영상미 등이다. 요컨대 마셰티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적인 채로 존재하고 사르타나(제시카 알바)와 루스(미셸 로드리게즈)는 눈부신 활약에도 끝까지 ‘꽃’인 채 남아있으니 전형적인 액션 영화의 전형적인 주인공들이라고 볼 수밖에. 엎치락뒤치락 역전을 거듭하는 영웅과 악당 간의 대결마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론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영화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묵직한 메시지라든가 예상을 깨는 반전이 아닐 게다. 나체를 아랑곳하지 않는 여배우들이 화제지만, 트레조가 구현한 무적의 마초 영웅도 그에 못지않다. 감독 특유의 색감과 음악, 나머지 배우들의 호연도 유려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팝콘 무비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갖고 있는 영화’라는, 여주인공 중 하나인 미셸 로드리게즈의 평은 그래서 정확한 것이다.
처음 주연을 맡은 대니 트레조를 제외하고도 스티븐 시걸, 로버트 드니로, 제시카 알바, 린제이 로한, 미셸 로드리게즈 등 출연진의 면면이 쟁쟁하다. 한국의 일반 관객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즐비하다. 이제 와 연기력을 논하는 게 새삼스러울 사람들은 논외로 하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외려 조연에 불과한 린제이 로한이다. 몇 안 되는 장면에서 금발머리를 풀어헤치고 몸매를 드러내는가 하면 수녀복을 입은 채 총격전을 펼친다. 그 모든 것이 화제를 낳은 건 그녀의 스타성 덕분일 듯.
‘플래닛 테러’, ‘신(Sin) 시티’ 등을 연출했던 로드리게즈 감독이 각본과 연출, 음악, 편집 등을 모두 맡았다. 경탄과 웃음이 동시에 터지는 대사들은 덤. 속편도 제작될 예정이다. 18세 관람가. 21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