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하거나, 무능력하거나 ‘나는 아빠다’
입력 2011-04-08 19:30
좋은 부모가 되는 길과 좋은 인간이 되는 길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여기 상반된 태도로 인생을 사는 두 인간이 있다. 하나는 자식을 위해 좋은 인간이기를 포기했고, 하나는 좋은 인간인 탓에 잃어버린 자식의 복수를 포기했다.
영화 ‘나는 아빠다’의 주인공은 범죄조직의 범행을 은폐해주고 돈을 받아 챙기는 경찰관 한종식 역을 맡은 김승우다. 그는 심장병을 앓는 어린 딸(김새론)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게 당연하고, 종식에겐 하나 둘 적이 생긴다.
또 다른 주인공 상만(손병호)은 종식 때문에 죄 없이 옥살이를 한 사연 많은 사람이다. 옥살이를 하는 동안 딸은 죽고 아내는 자살을 시도하다 뇌사상태에 빠졌다. 딸을 잃은 상만이 종식의 딸에게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뒤늦게 상만의 사연을 안 종식의 죄책감이 영화의 핵심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아버지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버지 중 ‘나는 아빠다’라고 떳떳하게 외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영화는 섣불리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두 남자 모두에게 비극 하나씩을 선사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심장병이나 옥살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던져봄직한 질문이고, 그 정도에서 그쳤다면 인간의 윤리와 책임, 부모됨의 실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 수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디테일하지 못한 몇몇 장면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상만 역을 맡은 손병호도 부도덕한 사회에서 선량한 인간이 겪는 무력감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빛이 바랜 건 드라마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작위적인 설정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심장이식 수술을 둘러싼 종식과 상만 간의 우연, 돌연한 살해 음모와 용서, 힘이 잔뜩 들어간 결말 등이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켰다. 그 탓에 두 남자의 부성애는 관객들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한 오락적 소재로만 기능했으니, 이 영화의 기저에 깔린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다. 억지로 만들어진 슬픔조차 그다지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다.
전만배·이세영 감독 작품. ‘아저씨’로 주목받은 아역배우 김새론이 김승우의 딸 민지 역으로 출연했는데 전작과 같은 비중은 없다. 18세가로 14일 개봉.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