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오렌지색에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까지… 아웃도어룩의 무한변신
입력 2011-04-08 17:30
“이거 등산복 맞아요?”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나무는 당장이라도 꽃망울을 떠트릴 기세다. 도심 한가운데까지 치고 들어온 봄. 그저 운동이라면 숨쉬기밖에 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한번쯤 산에 오르고 싶어지는 게 이맘 때다. 등산복을 한벌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장을 찾은 ‘왕초보 등산객’ 입에선 탄성이 쏟아지게 마련.
등산복이라면 시커멓거나 퍼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핑크 오렌지 노랑 연두…. 색깔뿐이 아니다. 화사한 꽃무늬에 세련된 체크무늬까지, 웬만한 캐주얼 코너보다 더 멋있는 옷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펑퍼짐한 점퍼에 무릎 절개선 바지가 고작일 것이라는 생각은 곧 편견의 극치임이 드러난다. 재킷은 허리선이 잘록하고, 길이가 짧은 팬츠는 날렵하고, 원피스까지 있다.
아무래도 매장을 잘못 찾은 것 같아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다가온 매장 직원의 친절한 설명은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고기능성 소재여서 바람과 비는 막아주고 습기는 밖으로 내뿜는 것은 기본이고 새털처럼 가볍다는 것. 기능성소재의 대명사인 고어텍스를 비롯해 코코넛 대나무 소재 등 친환경 소재도 등장했다는 설명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해도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가벼우면서도 항상 갖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바람막이 점퍼가 나왔다’면서 척척 접어 손바닥만하게 만드는 직원의 손은 마술사의 그것과 다름없다.
라푸마 이주영 디자인 실장은 “올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능성 소재에 캐주얼 디자인을 접목해 스타일과 패션성을 살린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색상의 채도는 낮아진 반면 실루엣은 더욱 슬림해져 출퇴근 때 입어도 될 만큼 아웃도의 캐주얼화 경향이 강해졌다”고 소개했다.
라푸마는 트렌치코트형 고어텍스재킷, 사파리형 재킷 등 아웃도어 소재에 캐주얼 아이템에서 따온 디자인 모티브를 접목한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원피스 셔츠. 흡습속건(吸濕速乾) 기능성 소재여서 캠핑 등 가벼운 야외활동에도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허리 벨트가 있어 출퇴근복으로도 거뜬하다. 긴팔 티셔츠에 덧입어 반팔 트렌치 형식으로 멋을 낼 수도 있다. 아무리 디자인이 근사해도 아웃도어 의류는 등산 트래킹 등 레저활동을 위한 것. 이 실장은 “패션성뿐만 아니라 기능성에도 신경 쓰고 있다”면서 트레일 방품 재킷을 예로 들었다. 초경량방풍 재킷으로 허리 뒤쪽에 E. 밴드 처리를 해 날씬해보이며, 어깨 활동부위를 강조해 팔을 크게 움직이거나 격렬한 움직임에도 문제가 없다. 소매 밑단과 가슴 안쪽에 3M 프린트 디테일로 야간산행 때 빛을 반사시켜 안정성도 제공해준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