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내 삶의 멘토

입력 2011-04-08 17:20

카이스트 학생 한 명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이를 놓고 ‘징벌적 수업료’ 등 카이스트 학내 제도에 말이 많다. 학교 차원의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누군가 그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었어도…’였다. 단언컨대 누군가 단 한 명만 있었어도 이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든 형제든 친구든 애인이든 스승이든 누구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이 너무 막막해서가 아니라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누군가가 없어서 죽는다.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고 이해해준다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 일, 그게 엄청 어려운 일은 아니다. 큰돈 드는 것도 아니다. 때론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눈빛으로도 족하다.

내 삶의 멘토(mentor)를 만나는 것은 축복이다. 나보다 더 나 자신을 잘 알고, 내 안에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내 줄 수 있고, 내 머릿속에 맴도는 고민을 단번에 알아채 줄 수 있는 사람. 거창한 해결책까지는 제시해주지 않더라도.

요즘 방송 중인 MBC TV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멘토가 떠오른다. 방송을 위해 연출된 상황이긴 하지만 다섯 명의 멘토가 각각 네 명의 멘티(mentee)를 훈련시키는 과정은 때때로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특히 ‘부활’의 리더 김태원을 보면서 그랬다.

“아름다운 1등이 돼야 해. 영원히 죽을 때까지.” 김태원은 어쩔 수 없이 떨어뜨려야 했던 두 제자에게 따뜻한 말을 잊지 않았다. 부활의 라이브 콘서트에 설 기회는 선발된 두 명이 아니라 떨어진 두 명에게 돌아갔다. “우리 평생 만나는 거야”라는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해도 크게 슬프진 않았으리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다가도 누군가의 전화 한 통, 문자 하나에 마음을 되돌릴 수도 있는 일이다. 애초 마음 한가운데 완전 내 편이 돼줄 것 같은 한 사람이 있어도 나쁜 마음 같은 건 먹지 않을 일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멘토를 찾자. 멘티도 좋다. 나로 인해 어떤 이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면 이 또한 기쁜 일. 오늘 내 마음 속 그 한 사람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