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또 위기…복구 일시 중단

입력 2011-04-08 01:33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가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미야기(宮城縣)현 앞바다에서 7일 밤 강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복구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된 1호기 질소 투입 작전도 한때 연기됐다.

◇원전 추가피해 발생 우려=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1시55분쯤 500여명의 현장인력 전원을 철수시켰다. 현재까진 부상자는 없는 상황이다. 외부에서 공급된 3개의 전력선 중 2개가 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비상발전기를 가동시켜 전원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격납용기 등이 손상된 1~4호기 원자로에도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까지 원자로 상태는 안정적이며 아직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도호쿠(東北)전력의 오나카와(女川) 원자력발전소의 외부전원 일부가 끊겼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원전 냉각 1년 이상 걸릴 것”=제1원전 4호기 건설사인 히타치(日立) 제작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사장은 “원자로 안정에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나카니시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일부 연료가 파손된 상황이기 때문에 냉각에 연 단위가 걸릴 것”이라며 “파손된 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과제가 있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전망은 후쿠시마 제1원전이 냉각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1년 이상 동안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부터 6일 동안 1호기 격납용기에 투입되는 질소는 모두 6000㎥다. 격납용기의 용적과 맞먹는 양이다. 불활성 기체인 질소를 집어넣어 수소를 밀어내겠다는 계산이다. 격납용기 내 수소 비율은 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봉의 70%가 손상되면서 수소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수소 비율이 4%, 산소가 5%를 넘을 경우 수소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호기는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수소 폭발이 발생해 지붕이 날아갔다.

그러나 1호기 격납용기의 압력이 저하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질소 투입 시 격납용기의 손상된 틈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수소가 수증기 형태로 빠져나갈 공산이 높다. 도쿄전력 측은 “방사성 물질이 샐 가능성이 있지만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1호기의 성과를 지켜본 뒤 2·3호기에도 질소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죽음의 재’ 세슘 확산=도쿄전력은 제1원전 부지 내 3곳에서 또다시 플루토늄(Pu)이 검출됐다고 6일 발표했다. 도쿄전력이 지난달 25일과 28일 부지 내 5곳을 조사한 결과 3곳에서 플루토늄 238·239·240 등 세 종류가 검출됐다.

이번 원전사고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 238의 농도는 토양 1㎏당 최대 0.26베크렐(㏃)이었다. 보통 토양의 0.15㏃보다 높은 수치다.

도쿄전력은 2호기 부근 전력케이블 시설에 고여 있던 고농도 오염수의 바다 유출이 차단된 직후인 6일 오전 취수구 부근 바다의 방사성 물질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의 14만배에 달하는 1㏄당 5600㏃의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제1원전에서 40㎞ 떨어진 이다테(飯館) 마을에서 토양 ㎏당 1만5031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현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현내 70곳의 농지를 조사한 결과 이다테 마을 외에도 9곳에서 통상 농도의 30~100배나 되는 세슘이 검출됐다. 방사성 물질이 토양에 축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다테 마을에선 지난달 26일 잡초에서 ㎏당 역대 최고치인 287만㏃의 세슘이 검출된 적이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