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그룹 CEO 한국예찬론 왜… SC제일은행 ‘철수 논란’ 잠재우기인가

입력 2011-04-07 22:13


“한국 시장이 좋든 나쁘든 항상 함께하고 싶습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그는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과 함께 한국 고객과 시장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진출 국가에 갈 때마다 그 나라를 칭찬한다지만 이날 샌즈 회장의 한국에 대한 극찬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 것은 최근 금융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SC제일은행 한국 철수 설’ 때문이었다.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SC제일은행이 30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각한 자금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며 금융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실제 SC제일은행은 2007년 이후 대형 부동산을 매각해 왔고 2009년에는 940억원 상당의 비씨카드 지분도 팔았다. 차익금을 본사에 송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먹튀’ 논란이 일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강해지던 터였지만 SC제일은행은 비판여론을 개의치 않았다. 2007년 37개의 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그룹에 1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배당금만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회수하는 것을 지켜보던 금융권에 불편한 기류가 퍼져나갔다. 여기에 올 상반기 27개 지점을 폐쇄키로 하자 마침내 “스탠다드차타드도 ‘먹튀’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한 것은 최근 한국 시장의 이러한 여론 악화를 바로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스탠다드차타드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영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 얻고 있다.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와는 성격부터 다르지만 투기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되면서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샌즈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은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전체 자산의 12%, 수익의 11%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진출했다”고 강조했다.

힐 SC제일은행장도 “지난 6년간 지점망 재구축에 1800억원을 투자해 왔다”면서 “74개의 영업점을 신설하고 167개의 지점망을 재구축하는 등 영업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측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점 수가 371개에서 417개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에 대한 배당은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힐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는 6년여간 한국 시장에 5조원을 투자해 왔다”면서 “지난 그룹 배당은 2% 수준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적정 금액을 배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현지화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에는 “우리는 모든 시장에서 국제적인 면과 현지화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