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00원 인하 첫날… “밑지고 못팔아” 일부 자영주유소 인하 거부 ‘혼선’
입력 2011-04-07 21:31
4대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한 7일, 기름값을 내린 주유소에는 모처럼 차들로 붐볐다. 반면 비싼 값에 기름을 미리 구입한 탓에 가격을 내리지 않은 일부 주유소에는 차들이 뚝 끊겼다. 택시기사들은 “LPG 가격만 인하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격을 인하한 서울 서초동 SK 직영 서원주유소에는 오전 11시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유소 측은 평소 같은 시간대에 비해 손님이 1.5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의 한 주유소 사장은 “비가 오면 (주유하는) 차가 많이 줄어드는데 손님들이 계속 기름을 넣으러 온다”고 환하게 웃었다. 종암동의 한 주유소 직원은 “최근엔 2만∼3만원씩만 주유하는 손님이 대세였는데 ‘만땅’을 외치는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운전자들은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연진리(36·여)씨는 “내렸다고 해도 지난해에 비하면 오른 것 아니냐”며 “유통구조 개선과 가격인하 정책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름값을 내리지 않은 주유소들은 평소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 서울 성북동의 한 자영 주유소는 손님이 크게 줄어 30분에 한 대 정도 차가 들어왔다.
이 주유소 사장은 “지난달 말 비싼 가격으로 기름을 미리 샀기 때문에 월초에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며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양재동의 다른 자영 주유소 소장도 “100원 내린 줄 알고 찾아왔다가 ‘왜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주유소가 기름값을 내리지 못한 것은 정유사 공급과 주유소 판매 사이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는 “정유사들이 지난달 말 일선 주유소에 구매를 종용해 대부분의 주유소가 이달 3주 판매분까지 재고를 확보했다”며 “수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ℓ당 100원씩 할인해 팔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유사들은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자 영업 인력을 총동원해 일선 주유소에 가격을 내려 달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정유사가 공급가를 내리더라도 기름값이 꾸준히 오르는 탓에 소비자가 가격 할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택시기사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택시기사 조모(59)씨는 “경유 가격까지 내리면서 왜 LPG만 안 내리느냐”며 “택시기사가 제일 약자인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기사 엄현섭(49)씨는 “가스값이 너무 올라 단거리 승객을 태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라며 “한 달에 연료비로 60만원씩 들어가 남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석유공사는 6일 두바이유 가격이 전날보다 배럴당 1.51달러 오른 115.05달러로 거래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110달러 선 아래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두바이유는 지난 1일 110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루 평균 1달러씩 올랐다. 리비아 내전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졌기 때문이다.
최승욱 김도훈 김유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