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 "번역오류 죄송…김종훈 본부장이 책임져야"

입력 2011-04-08 01:18

김황식 국무총리는 7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번역 오류와 관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관련된 사람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민주당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협정문 번역 오류는 세계적 망신”이라는 질타에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장이 파면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파면은 있을 수 없고, 국무위원이 아니니 해임 건의는 아니겠지만 번역 오류로 혼란을 가져오고 국민에게 실망을 준 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에 “공직자가 자의적으로 거취 결정하는 것 온당치 않다”며 “인사권자께서 결정할 때까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제 직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돼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한글 번역본엔 오류가 한·유럽연합(EU) FTA 한글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에 제출된 비준동의안을 폐기하고 자동차 등 재협상 부분을 함께 담은 수정 비준동의안을 마련해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당초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1월 발효 예정이던 한·미 FTA는 재검독과 양국 의회 비준 지연 등으로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협상 타결 후 한글 번역본을 바로 내놓지 않으면 밀실협약이니 이면합의가 있느니 하는 국회와 여론의 질타가 많아 한 달 만에 서둘러 내놔야 했다”며 “한·미 FTA 협정문 한글본 원안과 서한형식의 추가협정문을 모두 꼼꼼히 재검독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9년 7월 한·EU FTA 협상타결 후 각각 서너 달 후인 10월과 11월 협정문 영문본과 한글본을 잇따라 공개했다. 하지만 한·미 FTA는 2007년 4월 2일 협상 타결 후 50여일 만인 5월 25일 영문본과 한글본을 동시에 공개했다. 영문본은 1400페이지, 한글본은 1300페이지에 달한다.

정부는 번역 오류가 지적됨에 따라 한·미, 한·페루 FTA뿐만 아니라 기존에 체결한 한·칠레 FTA 등 5개의 모든 FTA에 대해 재검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의 르 피가로 신문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 사태와 관련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외교관들이 EU가 회원국 22개 언어로 협정문을 번역하는 데 시간을 너무 끈다고 불만을 터뜨렸는데 이제는 유럽 거북이가 한국 토끼를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명희 엄기영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