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일 건강 호전…권력 승계 '속도조절'
입력 2011-04-08 01:21
7일 개최된 제12기 4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추가보직을 얻지 못했다.
1998년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국방위가 북한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은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아울러 김정은 체제를 떠받칠 세대교체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정작 최고인민회의는 싱겁게 막을 내린 셈이다.
그래서 북한이 후계체계 구축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속도조절론의 배경으로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을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렀지만, 건강이 호전되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국방위 진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후계승계를 다급하게 추진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가 많아진 점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6일 자강도를 현지지도했으며 이날은 강계트랙터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타이밍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각국과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며, 화폐개혁 뒤 민생경제는 파탄 직전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제사정, 대외관계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전면에 등장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상황과 남북관계 등 대내외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권한이 부여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에게 치적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김정은이 별다른 공적도 없이 지난해 인민군 대장,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급격하게 권력을 쥔 데 따른 북한 군부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김정은에게 권력이 쏠리면서 김 위원장의 힘이 일시에 빠지는 현상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에게서 권력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김 주석이 ‘레임덕’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내각을 비롯해 중폭 이상의 인사를 예측했다. 강성대국 원년의 해로 삼은 내년을 앞두고 후계체제를 대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소수 인사에 그쳤다. 이 때문에 대북 정보 분석의 취약점을 또다시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